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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 Sep 28. 2022

일의 의미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실적을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 상무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지시한다


하지만 그는 외부에서 왔기에 내부 프로세스는

알지 못하고 신설된 팀 내에 해당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난 마뜩잖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했다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같은 그룹 내의 다른 부서에서

계륵 같은 그 아이디어를 훔쳐 동일한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전 같으면 불 같이 화를 냈을 일이지만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아니고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나만 피곤한 일이

늘어날 것이 자명하기에

난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윗사람의 썩은 욕망은 다시

나를 시궁창으로 밀어 넣었다

모두 다 일은 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곳에서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을 진행시키는 일은

이곳에서 흔한 풍경이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거나 편승하기는 싫었는데

회사원의 속성 상 지시받은 일을 하는 수밖에

내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나는 오늘도 내가 진행하는 일들이

잘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이제껏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음에도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경험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잘되든 망하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그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나의 직장이다


진행되면 진행되는 데로 피곤하고

진행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 데로 피곤하고

이래나 저래나 피곤하다면

아무런 책임이 없는 피곤함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인 곳

이곳은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일이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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