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부서를 자진하여 옮긴 이
작년 말에 퇴사를 결정한 이
작년 말에 부서 변경을 신청한 이
이들은 모두 중간관리자였다
작년부터 셀장을 맡은 이는
외부에서 와서 내부 프로세스는 알려고 하지 않고
셀장의 책무는 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하는 통에
모든 중간관리자는 위와 같이 그를 떠났고
셀 자체가 붕괴되려 하자
나를 신임하던 부서장은
그 셀의 정상화를 위해
나를 그 무너져가는 셀의 복원에 투입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셀원들 간의 결속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관계의 회복이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셀장의 무능 때문에 벌어진
타 셀과의 반목과 질시 그리고 셀장을 왕따 시키기 위해
벌어진 다양한 정치적 반목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증폭되어 있었고 정면돌파보다는 우회로를 확보하여
물길을 트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관부서장과
유관 셀장들과 이루어놓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다행스럽게 물꼬를 트게 되었고
셀의 공중폭파를 막을 수 있었다
사실 난 이 셀이 아니어도 된다
이 셀이 폭파되면 제일 큰 타격을 입는 이는 바로
무능한 셀장이다
남은 이들은 다 자기 삶을 꾸려갈 만큼
조직에 적응하게끔 중간에서 내가 길을 닦아두었다
사실 그가 없는 게 이 셀의 가장 이상적 모습이지만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돌아볼 때
무능한 이도 품어갈 줄 아는 덕망이
내게도 필요한 순간이 있으리란 것을 알기에
순리대로 해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