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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그림자

검은 안개와 검은 그림자

by Bird

도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기업 '글로벌 테크'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매출과 성장세가 꾸준히 상승하던 회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은 한 외부 인사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회장의 선택


회사 창립 초기부터 함께해 온 김 회장은 회사를 자신의 자식처럼 아끼며 이끌어 왔다. 그러나 나이와 건강이 점점 악화되며 경영의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회장은 오랜 친구가 소개해준 외부 경영 전문가라는 박상무를 회사로 데려왔다. 박상무는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보였고, 그 화려한 이력은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상무는 곧바로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외치며 대대적인 인사 이동과 사업 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들어온 수십 명의 외부 인재들은 회사의 중간 관리자급에 배치되었고, 기존 직원들은 점점 주도권을 잃어갔다.


무너지는 조직 문화


박상무가 데리고 온 이른바 '새로운 피'들은 의욕과 에너지가 넘쳤지만,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그들은 오로지 박상무의 말에만 의존하며 독단적으로 움직였고, 회사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프로젝트마다 잘못된 결정이 내려졌고, 실적은 점차 하락했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결과를 숫자로 포장하며 성과를 부풀렸다.


내부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소외되는 상황에 점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정년퇴직을 앞둔 중견 간부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보장받기 위해 박상무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눈치 빠르게 박상무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고, 젊은 직원들에게 불합리한 업무를 배분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갈등의 시작


조직의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실무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그러나 입을 열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갈수록 단절되었고, 부서 간의 협업은 사라졌다. 직원들은 프로젝트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몇몇은 사직서를 내밀었고, 젊은 인재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회사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한순간의 폭로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감히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신입사원이 부당한 대우와 조직의 문제를 담은 폭로 문서를 작성하여 내부 이메일로 배포했다. 이메일은 사내에 빠르게 퍼졌고, 직원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비로소 오랜 침묵이 깨졌고, 구성원들은 회사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결말


폭로 사건 이후 회사는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박상무와 그가 데려온 인물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는 그들이 남긴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 떠나간 인재들을 대체할 방법은 없었고, 남아있는 이들 역시 신뢰를 잃은 조직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결국 회사를 매각하며 이 모든 일의 책임을 느꼈다. 그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회사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회장이 떠난 후 '글로벌 테크'라는 이름은 다른 이의 손으로 넘어갔다.


회사의 무너짐은 몇몇 무능한 인사로 인해 시작되었고, 정작 그들은 회사를 떠났지만, 그 뒤에 남겨진 것은 허울뿐인 건물과 상처뿐인 조직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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