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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그림자

착한 얼굴의 사람

by Bird

지유는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 부르는 여자였다. 그녀는 매사에 친절했고, 누구에게나 자상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타나면 어두운 분위기까지도 밝아지는 것 같았고,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천사라며 우스갯소리로 불렀고, 상사들도 언제나 그녀를 칭찬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타인의 약점과 감정을 간파하고, 그것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도록, 그리고 절대 떠날 수 없도록 하는 데에 탁월했다.


조종의 시작


신입사원 태호는 그녀가 회사 생활을 시작한 날부터 특별히 챙겨준 덕에 지유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유는 태호가 느끼는 긴장과 불안을 따뜻한 미소로 달래주며,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며 그를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호가 어렵게 맡은 프로젝트에서 실수를 하게 됐고, 그것을 알고 있는 지유는 오히려 그의 실수를 은근히 이용해 그를 조금씩 자신의 곁에 더 붙잡아 두기 시작했다.


"괜찮아, 태호 씨.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그녀의 말은 한없이 따뜻했지만, 태호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유는 계속해서 그의 약점을 간파하고, 그가 불안해하는 순간마다 타이밍 좋게 다가와 도와주는 척하면서 그의 신뢰를 점점 얻어갔다.


의도된 실수


몇 달이 지나면서, 태호는 점점 지유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녀가 없으면 불안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도 없을 만큼 그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태호는 그저 자신이 실수로 인해 약해진 탓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지유가 이 상황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매번 친절하고 따뜻하게 보이는 그녀에게는, 사람을 가스라이팅하고 조종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지유가 보여주는 미소와 다정함은 모두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가면 뒤의 진실


어느 날, 지유의 가면이 균열이 생겼다. 오랜 동료인 선희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이다. 선희는 우연히 지유가 다른 동료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슬며시 유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녀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렸다. 선희는 지유에게 질문했다.


“지유, 이게 다 네가 계획한 일이야?”


지유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선희. 나는 그냥 그들의 곁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녀의 눈은 여전히 따뜻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어두운 욕망이 서려 있었다.


착한 사람, 가장 악한 사람


그녀의 가면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조종 아래 있던 이들은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지유는 그들의 약점과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그녀를 떠날 수도 없고, 신뢰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졌다.


착한 얼굴로 사람을 조종하고, 그들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지유는, 누구보다도 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착한 얼굴을 한 그녀에게 아무도 감히 손가락질할 수 없었다.


에필로그


지유는 여전히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사람들을 무너뜨리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믿었고, 또 의심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고, 또 그녀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낼 수도 없었다.


그녀는 언제까지나 착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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