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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생활

악성 중고신입

젊꼰의 시대

by Bird

젊은 꼰대는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소위 괜찮은 회사에 다녔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가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오만함과 남을 깔보는 언행으로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결국, 더 이상 그를 견디기 어려워진 동료들이 떠나갔었고 누군가의 호소문으로 결국 젊은 꼰대는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는 스스로 '새로운 시작'이라며 신입으로 입사를 택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시작’은 기대와는 달랐다. 첫 출근 날부터 그는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춰왔고, 인사조차 어색했다. "아, 이 회사는 이 시간에 다 출근하나 봐요?"라는 말에 묻어나는 비꼬는 듯한 뉘앙스. 그런데도 팀장은 그의 과거 경력과 이력서를 보고, 어느 정도는 유연하게 대하기로 했다. 사람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할 테니, 팀장은 시간을 두고 젊은 꼰대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다른 신입 사원들이 보고서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발표 준비 과정을 눈에 띄게 깎아내렸다. “어차피 신입은 신입 아니에요? 하라는 거나 해야죠, 아는 척은 왜 이렇게 많아요?”라며 작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후배는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가끔은 아예 대놓고 "내가 다 해봤던 건데 뭘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죠?"라는 말로 팀 분위기를 흐려놓았다. 그의 말에는 늘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고, 동료들이 그것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게 들려왔다.


하루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팀원들이 각자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고, 개선점을 토론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젊은 꼰대가 갑자기 손을 들고 말했다. “그렇게 하자고요? 저 회사에서는 그렇게 했다가 정말 망했었는데, 여긴 왜 다들 이러죠?” 그의 발언에 회의장은 냉랭해졌고, 신입 사원 중 한 명은 그 말을 듣고 잔뜩 주눅이 들어 머리를 숙였다.


그의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도 그는 신입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요즘 애들은 일하는 거 진짜 편하게 하려 한다니까. 뭐, 어떻게든 하겠지?"라며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 말을 들은 신입 사원 한 명은 며칠 뒤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 결국, 회사에서 악성 중고신입인 젊은 꼰대의 행동은 사내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팀 전체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팀장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그를 직접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의 경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팀원들은 점점 더 무기력해졌고, 아침마다 그의 태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입사로 인한 팀 분위기의 변화는 나날이 악화되고, 무너져가는 사내 분위기에 결국 여러 명이 이직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의 방치는 그의 안하무인 태도를 더욱 부추겼다. 그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자신을 비판하는 자들을 은근히 비웃으며, 자신의 방식으로 물을 흐려가고 그를 동조하고 동화되는 세력마저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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