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시작
김진수는 전문계약직으로 대형 기업 ‘글로벌 테크’에 채용되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상황을 즐겼다. 정규직처럼 조직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만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진수는 회사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기보다, 자기만의 이익을 쫓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출근하자마자 그는 회사의 자료를 슬쩍 모아 외부 강의 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부당하게 외부 수익을 챙겼다. 김진수에게는 회사가 그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에 불과했다.
회의실의 독백
김진수는 회사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지 않고 늘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했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리한 정보를 자기 나름대로 가공해 외부에 전달하곤 했다.
그가 가장 자주 활용한 전략은 다른 사람의 말을 왜곡해서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본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었고, 자신은 항상 그 갈등의 ‘객관적인 입장’에 있을 수 있었다. 동료들은 점차 그가 믿을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달았고, 그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이기적 행보
김진수는 회사에서 정해진 업무 외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외부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데만 몰두했다. 그가 진행하는 강의에서는 회사의 자료와 내부 정보가 슬쩍 등장하곤 했지만, 누구도 그가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그는 점차 고립되어 갔다. 그의 이기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는 점점 다른 직원들에게도 불만을 일으켰다. 심지어 그는 팀 내에서 발생한 실수들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며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조직 내 신뢰는 더욱 흔들리게 되었다.
불거진 진실
모든 것이 폭로된 건, 그의 외부 강의를 우연히 들은 한 직원이 그의 강의 자료에 회사 내부 정보가 포함된 것을 알아채면서부터였다. 그 직원은 이를 무시할 수 없었고, 팀장에게 사실을 보고했다. 팀장은 김진수를 불러 그가 회사의 자료를 외부에 사용하는 이유를 추궁했다.
김진수는 그제야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회사가 자신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했기에 그만큼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회사가 자신의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이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당하게 대우받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
떠나는 날
결국 회사는 김진수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내렸다. 그의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태가 낱낱이 드러난 후였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희생자로 여겼고, 조직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떠나갔다.
김진수는 그렇게 회사를 떠났지만, 누구도 그의 떠남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존재가 남긴 공백은 조직의 경각심으로 남았다. 그가 남긴 흔적은 쉽게 지워졌고, 조직은 그를 금세 잊었다. 남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김진수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이기적이고 부당한 행동은 조직에 경고의 메시지로 남았다. 회사는 그를 통해, 진정한 신뢰와 책임이 결여된 사람을 받아들이는 위험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