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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세우는 인간들

교육의 본래 의미를 잃다

by Bird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미완성이다.

말을 배우고, 규칙을 익히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원래 ‘탁월해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언어와 감정의 문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움은 성숙의 과정이 아니라 경쟁의 장치가 되었다.

학교는 관계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줄을 서는 곳이 되었고

교육은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사람을 구분하는 일로 변질되었다.


왜 인간은 끊임없이 줄을 세우려 할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타인은 예측할 수 없으며,

자신의 위치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그 불안 속에서 인간은 ‘순위’라는 가상의 사다리를 세운다.

서열은 세상을 질서 있게 보이게 하고,

숫자와 등급은 존재의 가치를 임시로 안정시킨다.


하지만 그 안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오늘의 1등은 내일의 불안이다.

줄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도 끊임없이 뒤를 돌아본다.

비교의 사다리 위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이 본래의 의미를 회복한다는 것은

줄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함께 걷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누가 더 위에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따뜻하게 연결되는가가

교육의 진짜 척도여야 한다.


진정한 배움은 경쟁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지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란다.


오늘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몇 등 했니?”

하지만 어쩌면,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너는 오늘 누구와 마음을 나누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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