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제리

톰이 떠난 후

by Bird

톰이 죽었다.

언제나 제리를 쫓았던, 그러나 끝내 제리를 잡지 못했던 고양이.

세상은 그를 어리석다고 했다.

"잡을 수 있었잖아."

"왜 매번 속아 넘어갔어?"

"쥐새끼 하나 못 잡는 고양이라니."


하지만 톰은 알았다.

그들의 끝없는 추격은 싸움이 아니라 놀이였다는 것을.

서로가 존재함으로써만 살아 있는 관계의 춤이었다는 걸.


톰이 떠나자, 새 고양이가 왔다.

이름 없는 회색 고양이.

그는 첫날부터 제리를 잡았다.

덫도 함정도 없이, 단 한 번의 점프로.


쥐구멍 속엔 적막만 남았다.

부엌의 치즈는 썩어갔고, 벽장엔 바람만 돌았다.

회색 고양이는 처음엔 뿌듯했다.

‘드디어 나는 이 집의 주인이다.’


그러나 그날 밤,

집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쫓을 것도, 놀릴 것도, 달아날 것도 없는

완벽한 정적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는지 깨달았다.


다음날, 고양이는 거울 앞에 앉아 중얼거렸다.

“이게… 이기는 기분인가?”

거울 속의 눈빛은 비어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사냥꾼도, 동반자도 아니었다.

그저 빈 무대의 배우였다.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효율적’이라 불렀다.

‘문제를 해결한’ 고양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점점 말라갔다.

밤마다 부엌 구석에서 제리의 그림자를 찾았다.

때로는 환청처럼 들렸다.

“톰, 또 나를 잡으려는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쩌면 톰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리를 죽일 수 있었지만 죽이지 않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건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톰이 없어진 세상에서

남은 건 ‘승리’가 아니라

관계의 부재,

그리고 그 공허 속에서 꺼져가는 웃음소리였다.


“톰은 제리를 잡지 않았다.

그건 패배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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