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감정의 표현

다음은 없다

by Bird

“다음은 없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 말이 떠오를수록, 사람은 더 잔인해진다.

특히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인간이 소중한 이에게 유독 매몰차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떠나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떠나지 않아야만 하는 존재로 마음속에 배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는 예의보다 가정이 먼저 온다.

이 사람은 이해해 줄 것이다.

이 사람은 참아 줄 것이다.

이 사람은 결국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확신이 쌓일수록 말은 거칠어지고, 태도는 무뎌진다.


또 하나의 이유는 투사다.

사람은 자신의 불안과 좌절을

가장 안전한 대상에게 던진다.

밖에서는 버티고, 참고, 계산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가장 날것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 사람은 적이 아니라, 감정의 배출구가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소중한 사람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는 숨길 수 없다.

초라함도, 무력감도, 실패도 드러난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군다.

상처 주려는 게 아니라,

들켜버린 자신을 방어하려는 몸부림이다.


“다음은 없다”는 말은 사실 뒤늦은 깨달음이다.

우리는 늘 마음속으로

아직은 괜찮다, 언젠가 말하면 된다고 미룬다.

그러나 관계는 늘 현재에서만 존재한다.

다음은 약속이지, 보장은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준다.

그 사람이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끝까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함은 여기서 갈린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조심하는 사람.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가장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사랑이란

잘해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오늘을 마지막처럼 대하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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