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빈곤

슬픈 가난

by Bird

없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말하는 순간 더 많은 것을 잃어왔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다.

부끄러움이다.

가난은 언제나 설명을 요구받는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왜 거기 있었는지, 왜 대비하지 않았는지.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피해는 사라지고 삶 전체가 재판대에 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불에 탄 집보다 먼저 태워야 할 것은

자신에게 씌워질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네 잘못은 없었나?”

이 질문은 언제나 물처럼, 구호보다 먼저 도착한다.


도움은 선물처럼 보이지만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늘 조건부였다.

서류를 내고, 상황을 증명하고,

충분히 불쌍한지 평가받아야 한다.

손을 내미는 순간,

사람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지붕을 잃어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만은 놓지 않으려 한다.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여러 번 배웠다.

신고는 기록으로 남지 않았고,

보상은 다음 해로 미뤄졌으며,

결국 삶은 다시 제자리였다.

피해는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일상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것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난한 사람일수록

민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조용히 사라지는 법을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

불이 나도, 집이 무너져도,

“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는 말이

도움 요청보다 먼저 떠오른다.


이 사회는 오래도록 이렇게 말해왔다.

여기는 임시라고,

당신들의 삶은 언젠가 정리될 거라고.

임시로 존재하는 사람의 피해는

기록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 침묵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남아 있는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조용한 저항이다.


묻지 말아야 할 것은

왜 그들이 말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말해도 괜찮은 곳을

우리가 만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말해도 불타지 않는 사회였다면,

아마 그들은 이미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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