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삶

변동성 없는 안정감

by Bird

내가 살아온 삶은 단조로울수록 좋았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나날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삶.


나는 그것이 좋은 삶이라고 믿었다.


세상은 너무 많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울었고,

욕심 때문에 무너졌고,

기대 때문에 상처받았다.


나는 그런 장면들을 오래 지켜봤다.


그래서 결심했다.


삶을 가능한 한 평평하게 만들자.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욕심내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다.

깊이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는 아픔도 줄어든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회사에 가고,

집에 돌아오고,

주말에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특별히 나쁜 일도 없었고

특별히 좋은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가끔 내 삶을 보고 말했다.


“조금 심심하지 않아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심심한 삶이 좋은 거예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폭풍 같은 삶보다는

잔잔한 호수 같은 삶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주 작은 의문이 마음 한쪽에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지금까지

고통을 피하며 살아온 걸까,

아니면 삶 자체를 피해 온 걸까.


기쁨을 줄이면 슬픔도 줄어든다.

하지만 기쁨을 줄이면

삶의 온도도 함께 낮아진다.


나는 그동안

감정을 조절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삶의 볼륨 자체를 낮추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방 안은 조용했고

오늘 하루도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생

폭풍을 피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폭풍을 피한 삶은 과연 안전한 삶일까,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삶일까.


나는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아주 작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삶은

조금은 흔들려도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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