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면 꽃은 핀다
따뜻해야 꽃이 필까?
재가 되어야 꽃이 필까?
사람들은 늘 말한다.
꽃은 따뜻해야 핀다고.
봄볕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찬 바람이 물러난 뒤에야
꽃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해지려고 애쓴다.
말을 고르고,
마음을 숨기고,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거리를 재며 살아간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꽃이 꼭
따뜻한 곳에서만 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산불이 지나간 숲을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이 타버린 자리.
나무는 검게 그을리고
흙은 잿빛으로 식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 숲은 끝났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재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
작은 풀,
이름 모를 꽃,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숲.
재가 된 땅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옥해진 땅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누군가는
따뜻함 속에서 꽃을 피우고,
누군가는
한 번 완전히 타버린 뒤에
비로소 꽃을 피운다.
그래서
어떤 삶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따뜻함이든
재이든
결국
꽃은
살아남은 곳에서
피어난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사람의 인생도
그저 그럴 뿐인지 모른다.
따뜻해야 꽃이 필까.
아니면
재가 되어야 꽃이 필까.
아마도 정답은
우리가 아직
꽃을 피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