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스펙트럼 끝에서 남는 것

개별적인 경험이란?

by Bird

인간의 삶은 결국 개별적인 경험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소식을 들으며 살아가지만 사람마다 남는 것은 전혀 다르다.


누군가는 같은 하루를 기쁨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같은 하루를 견딤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경험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거대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감정의 흔적들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떤 날의 공기, 어떤 사람의 표정, 오래 남아 있는 한 문장,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침묵 같은 것들. 그런 사소하고 조용한 순간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 된다.


같은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채 지나간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감정의 스펙트럼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삶이 경험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경험을 선택하고, 감정이 기억을 남기고, 감정이 결국 삶의 방향을 정한다. 그렇게 남겨진 감정의 잔여물들이 모여 한 사람의 시간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사건의 기록이라기보다 감정의 기록에 가깝다.


어떤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도,

어떤 장소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어떤 순간을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 이유도,


그 사건 자체보다 그때의 감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경험을 쌓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이라는 사람의 색을 찾아가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이 끝날 무렵 남는 것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무엇을 느끼며 지나왔는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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