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라는 건

길 위에서~

by Bird

그는 한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다.


방향은 정말 있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한 궁금증이었다.

사람들은 늘 방향을 이야기했다. 꿈, 목표, 사명, 적성 같은 말들. 마치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는 한때 믿었다.


어딘가에 내 길이 있을 거라고.


그 길을 찾기만 하면 삶은 조금 더 분명해질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시간만 보였다.


그는 스무 살 때도 방향을 찾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향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도 방향을 찾고 있었다.


이미 많은 선택을 했는데도 아직 방향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흔에 가까워졌을 때도 그는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때 그는 처음으로 의심했다.


혹시 방향이라는 건

원래 없는 게 아닐까.


어느 날 그는 오래 알고 지낸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늘 확신에 찬 사람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는 언제 방향을 찾았어요?”


선배는 잠시 웃었다.


“난 아직도 찾는 중인데?”


그는 선배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근데 선배는 되게 확신 있어 보이는데요.”


선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확신 있어 보이는 거랑 확신 있는 거랑은 다르지.”


그날 이후 그는 방향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방향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선택을 설명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은 길을 정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이미 지나온 길에 이름을 붙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방향이라는 건

출발하기 전에 있는 게 아니라

걸어간 다음에 생기는 게 아닐까.


하지만 또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렇게 방향을 찾으려고 할까.


어느 날 밤 그는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향을 찾고 있는 동안에는

멈춰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는 아직 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 깨달았다.


방향은 목적지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그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럼 성공은 무엇일까.


방향을 찾은 사람들만 성공하는 걸까.


그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방향을 찾았다고 말하던 사람들

방향을 바꿨다고 말하던 사람들

방향을 잃었다고 말하던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


이상하게도 마지막 사람들이 가장 오래 걷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오래된 노트를 펼쳐봤다.


스무 살 때 적어둔 문장이 있었다.


나는 내 길을 찾고 싶다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는 펜을 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내 길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거였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한 줄을 더 적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아직 걷고 있으니까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방향이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방향이 없어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어서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방향을 찾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