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을 볼 수 없다

by Bird

나는 한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길 위에서는 왜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멀리서 보면 길이 보인다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전체가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보인다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잠시 멈추고 싶고, 잠시 떠나고 싶고, 가능하다면 내 삶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곳에 올라가면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높은 곳에서 보이는 것은 길의 전체일 뿐, 내가 걸어야 할 길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늘 위에서는 길이 보일 수 있다.

이 길도 가능했고, 저 길도 가능했고, 다른 길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지나온 선택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놓쳤던 갈림길이 어디였는지, 그때 왜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자리에서는 오히려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너무 많은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길 위에서는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다음 발걸음은 보인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조금 더 갈지, 잠시 멈출지 정도의 선택만이 또렷해진다. 삶은 언제나 이 작은 선택들로 이어진다.


우리는 늘 방향을 알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은 방향이 아니라 걸음에 가깝다.


어쩌면 사람은 평생 하늘에서 보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내 삶 전체의 의미를 알고 싶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끝까지 이어진 선을 한 번에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은 늘 땅 위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하늘은 이해하는 자리이고, 땅은 선택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길 위에서는 방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방향 대신 걸음이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걸음을 따라 한 걸음씩 움직이며 살아간다. 그때는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이상하게도 삶의 방향이라는 것은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 지나온 발자국들이 이어져 하나의 선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방향이라고 부르게 된다.


나는 이제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방향은 찾는 것이 아니라,

걸어간 뒤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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