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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mentum

다양한 색감의 조화

숨겨진 패턴 속 모두가 하나

by Bird

숲 길을 걷다 보면

많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흩어짐에 미학이 있듯이

물에 비친

또는 물 안에 있는 다양한 부유물들이

모두 의미를 두지 않아도

저마다의 삶을 꾸리고

생을 살아간다는 그 다채로움이

나의 눈길을 머무르게 한다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부조화 속의 조화라는 것도

내가 지금 이 삶을 살아가는지

살아지는지라는 생각도

모두 흘러가는 물에 비친 상념임을

산속 개울물에 비친 가을 풍광을

통해 다시금 투영해 볼 수 있었다


결국 이 개울물 안에 담긴 피사체들이 가을임을

언어는 그렇게 모두를 포용하려 하지만

그 안에 담은 느낌을 즉각적으로 언어로 표현하기엔

많은 느낌과 감정들이 메말라간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 수록

침묵을 즐겨야 하고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해야 하며

진솔함 보다는

답답함과 우직함을 선호하게 되는 게 아닐까?


젊을 땐 재미없고 지루했던 그 사람이 생각나는 건

소탈하고 우직했던 그 한결같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렇듯 살아있는 모두가 다르지만

시간의 차원 속에서 하나가 되고

우리가 찰나의 현재에서 발견하지 못한 조각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결국 그 조각들을 찾아 맞추고 나면

그 숨겨진 패턴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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