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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mentum

빨간빛의 단풍

불과 소멸

by Bird

화는 내 마음에서 일었다가

가까운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불에 전부 소진되어 타 버린 재처럼

서로의 마음에 덧없음을 남긴다


떨어지기 전 붉은빛으로 물든 단풍처럼

화염으로 물든 내 마음은 당신의 마음을 재로 만들고

내 마음에 덧없음을 남기며 부질없이 스러져 간다


그렇듯 가을은 소멸의 계절이지만

여름밤의 열정을 마음에 품고

환한 빛으로 머물다 간

그 계절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투영한 채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삶도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의

그리고 언어로 표현 불가한 다차원의 감정들을

머금고 단풍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그 켜켜이 쌓여 다음 해 양분을

토양에 전달해 주는 낙엽과 같이

함께 했던 다차원의 감정들은 어느덧 무뎌지고

서로가 서로 뿐이란 것을 깨달음 때쯤

서로의 간극으로 불타올랐던 젊은 날의 감정들은

내 안의 붉은 단풍으로 곧 떨어질 듯 매달려 있다


세상 하나뿐인 당신에게 화를 내뿜던 내 철없음도

이제는 서글픈 기억이 되어 내 뇌리를 적신다


이제 어느덧 늦가을 인생 녘

당신과 항상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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