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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형준 Dec 05. 2021

거리감에 관한 사설

강제로 소외당해버린 삶을 바꾸는 방법이 있을까?

잘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은 경우에 따라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마음이 잘 맞으면 쉽게 가까워진다고도 하지만 쉽게 가까워진 사람은 실제로 마음이 잘 맞는 건지, 진짜 나와 가까운 사람인지, 가까운 척하는 것인지. 관계가 아직 깊지 않은데도 마음 빈 곳에 훅 치고 들어와 생각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래서 그 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관계가 지속되곤 한다.


어떤 사람은 2년, 어떤 사람은 5년, 어떤 사람은 10년을 만나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잘 맞는다 맞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거리감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가까이 있음에도 멀게 느껴지고 멀리 있음에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심리적 거리감 때문일 것이다.



소통으로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까?

서로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경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대화는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나누는 것도 어찌 보면 서로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거리감을 좁히기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일상을 나누는 것에 어색하다. 힘든 일이나 곤란한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편이며,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나 애인이나 관계없이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나중에서야 내가 힘든 것을 알게 되거나, 내가 힘들었다고 말하거나, 화가 나는 등의 표현이 드러나면 상대방은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내 기분을 강요하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 이야기의 무게감은 상대방에게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내가 힘들다고 하는 점이나, 슬프다고 하는 이야기 구간에서 그들은 그 순간에 공감을 하고 생각을 나눌 뿐 그 무게감을 본인에게 덜어가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하지 않아 서운한 감정에 무게가 더 많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위로로 마무리된 것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한동안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힘듦, 버거움을 함께 나눌 필요도 없다.


내 이야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내가 그 이야기를 함으로써 안에 짊어지고 있는 생각이 조금씩 풀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상대방도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이 사람은 이러한 이유로 항상 힘들어하는구나'를 깨닫고 그 이야기 주제를 피하거나 도움을 주는 등의 각자의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상대방이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라면 위와 같은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명심하고 너무 집착은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데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심사를 나누는 것에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는 매우 다양하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취미도 많고 관심사도 많다. 본인의 관심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심사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주객전도가 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문을 여는 것은 좋았으나, 가끔 너무 신이 나서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이 착한 경우라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이야기에 지루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감을 줄이려면 상대방의 관심사를 묻고 그 과정에서 공감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서로의 힘든 이야기보다는 즐겁게 관심사를 주고받는 것이 상대방에게 나의 약점을 보이지 않으면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굳이 거리감을 줄여야 할까?

나 스스로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 낯선 사람과 만날 때 표정이나 표현을 자유롭게 해서 굉장히 열려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굉장히 경계하고 긴장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다가가긴 쉽지만 친해지기는 어려운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혼자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접적으로 나를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상대방과 가까워져서 내 편을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때가 많다. 굳이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서로가 내 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혼자 짊어지고 있던 수많은 고민을 조금은 덜어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니까.


나를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나지만, 이제는 지금까지 내 곁에서 나를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을 위해 나를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변화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것에 감사하는 최고의 방법은 선물이나 보답하는 것보다도  가깝게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계에 서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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