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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May 01. 2024

매일 글 쓰고 발행까지 해보기

2024년 4월 30일 화요일 - 78일 차

☂☁☀ 오전은 겨울처럼 추웠다. 오후에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해가 나서 그런지 따뜻하면서 상쾌했다.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로 매일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매일 글쓰기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했다. 우선 매일 밤 9시가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한 시간만큼은 글쓰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워드 파일 하나에 아무 생각이나 다 때려 넣었다. 글이 완성되지 않아도, 문장이 엉망이어도 괜찮았다. 처음 며칠은 밤 10시가 될 때까지 여러 번 시계를 확인했고, 괜히 허리도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매일 글쓰기는 금세 수월해졌다. 그날 저녁에 무엇을 쓸지 틈틈이 고민한 덕분이었다. 두 번째 주부터는 아무 때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샤워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글감이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에 글을 썼다. 쓸 게 없을 땐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서라도 쓸거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80일이 다 되어간다. 벌써 130페이지에 가까운 글이 쌓였다. 이 중 브런치스토리에 올려도 되겠다 싶은 글감이 있으면 공을 들여 쓰고 여러 번 고쳤다. 글 하나를 수십 번씩 보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오래 붙들고 있다 보면 고칠 부분이 더 이상 안 보일 때가 왔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겨 그 무엇 하나라도 바꿀 수 없다는 마음이 들거나,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가 와서 꼴도 보기 싫을 때 그랬다. 이럴 땐 엄마 아빠와 글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며칠 전 완성한 글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뿌듯해 죽겠는데 아빠는 이해가 잘 안 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는 반응이었다. 단어나 문장이 이상하면 고칠 게 명확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이건 글 전체를 엎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엄마와 어떻게든 글을 고쳐보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미안한데 이 글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이렇게 쉽게 해결이 안 되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글이라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반박할 수 없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한 뒤 ‘끝났다!’ 하며 해방감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었던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만 있다가 오래간만에 친구랑 만나려고 잔뜩 꾸미고 나가려는 찰나에 약속이 파투 난 기분이었다.


 이날 이후로 매일 글쓰기가 시들해졌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할 텐데, 괜찮다고 생각했던 글을 엎고 나니 김이 샜다. 여태 썼던 글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빛을 보게 하려면, 그러니까 적어도 브런치에 올리려면 지금보다는 더 큰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다가는 문득 ‘아니, 브런치를 이렇게까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어?’라는 반항심이 들었다. 그냥 올리면 뭐 어때, 싶었다. 이전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하며 올렸던 글들도 지금 보면 엉성한 구석이 많다. 오히려 공을 많이 들였던 만큼 ‘이걸 보고 그렇게나 뿌듯해했던 거야?’ 하면서 어이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매일 글을 쓰고 브런치에 발행까지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글을 꾸준히 올리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괜찮은 게 걸리지 않을까. 대신 ‘매일 글쓰기 챌린지’라는 제목으로 엉성한 글들이 많을 거라는 변명을 미리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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