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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Oct 28. 2024

“한두 글자 사전 2” 메솔로그* by 딸

금요일 저녁

 퇴근한 뒤 저녁을 먹고 가족 단톡방에 구글 미트 링크를 보낸다. 나는 미국 아파트에서, 엄마 아빠는 한국 집에서 화상 회의에 참여한다. 엄마 아빠는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계신다. 각자의 근황을 공유하며 스몰톡의 시간을 가진다. 한창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두 글자 사전”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빠 글 썼는데 봤어?”

 “아 잠깐만~ 화면 공유 시작할게.”

 ‘한두 글자 사전 – draft’라는 제목의 워드 파일을 열고 화면을 공유한다. 일주일 간 우리가 추가한 글을 보고, 오늘은 어떤 글을 합평할지 의논한다. 그날따라 유난히 꽂히는 글이나, 지난 모임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보류해 놓은 글을 본다. 각자 의견을 내놓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우리가 재밌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재밌어 할까?”

 “이렇게 쓰면 이해가 되려나?”

 글 수정이 마무리되면 내가 브런치스토리를 연다. 워드 파일에서 글을 복사해 브런치스토리로 옮긴다.

 “그림은 어떻게 할까?”

 각자 글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비슷하지 않은 의견이 나올 때면 글을 다시 본다. 글 쓴 사람의 의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고민한다. 글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치고, 그림을 찾는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부터 본다. 마땅한 게 없으면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이미지를 찾고,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는 AI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한다. 이렇게 저렇게 프롬프트를 바꿔 가며 여러 번 생성하다 보면 맘에 쏙 드는 그림이 나온다.

 사진을 알맞은 위치에 넣고 나면 글씨체, 글씨 크기, 줄 간격 등을 고친다. 모든 것이 완성되면 키워드 세 개를 함께 고른다. 우리가 원하는 단어를 브런치스토리에서 키워드로 제공하지 않을 때도 많으니 확인은 필수다.


월요일 & 수요일 오후

 오후 네 시 십 분. 퇴근하는 버스에서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졸고 있던 터라 비몽사몽한 나는 알람을 끄고 브런치스토리 앱을 연다. 오늘 연재하기로 한 글을 찾아 실수한 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글을 발행한다.

 오후 네 시 반. 카이로프랙틱 받는 곳에 도착한다. 치료를 받기 전 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운동을 한다. 이 기구에서 저 기구로 옮겨 다닐 때마다 핸드폰을 꼭 챙긴다. 알림이 뜰 때마다 확인한다. 사람들이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남긴다. 라이킷 수가 10, 20 돌파할 때마다 신난다.

 댓글이 달리면 스크린샷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린다. 엄마 아빠가 답글을 카톡으로 남긴다. 답글 또한 합평을 거친다. 성의가 없어 보이거나 투머치한 것은 다시 써야 한다. 괜찮다 싶을 때 브런치스토리에서 답글을 단다. 이제는 이름이 낯익은 독자 분들도 있다.



 브런치북이 30화까지 연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예상 목차를 입력하다 30화 이후부터는 목차 추가가 안 되길래 알아보니 그렇단다. 이왕 이렇게 끊긴 김에 중간 점검 차 각자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우선 “한두 글자 사전”을 처음부터 읽어 봤다. 올해 7월 4일, 그러니까 세 달 전쯤 첫 글이 연재됐다.


 3개월 동안 매주 위와 같은 과정을 가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놀랍고, 꾸준하게 우리 글을 좋아해준 독자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신기했다.


 “한두 글자 사전” 연재를 시작하고 나의 첫 목표는 ‘한 사람한테라도 응원** 받기’였다. 누군가가 돈과 시간을 쓰면서까지 우리 글을 좋아해줄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글부터 네 분이나 응원을 해주셨다.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를 이룬 나는 다음 꿈이 생겼다. 브런치스토리 홈 화면에 우리 글이 떴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 바로 두 번째 글이 홈 화면에 떴다.


 열심히 글을 쓰고 치열하게 수정하신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독자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다음 목표는 책 출판이다. 지금까지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다음 꿈도 현실이 되면 좋겠다.




* 메솔로그[mesologue]: 중간을 뜻하는 'meso-'와 이야기를 뜻하는 '-logue'를 결합하여 우리 가족이 새로 만든 단어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응원이란 독자가 소정의 금액으로 작가를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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