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ed thoughts Oct 31. 2024

같이

“한두 글자 사전 2” 메솔로그* by 엄마

 나는 남편을 억울하게 만드는 인티제에, 등에는 가 많고, 눈에는 콩가루를 뿌리고, 손가락에 반지를 네 개나 끼고 있고, 다섯 개가 넘는 것은 기억을 해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열심인데 이랬다 저랬다 하는 와이프다. 딸이 집에 오는 날을 기다린다. 남편은 관찰력이 좋아졌고 사전도 찾아 궁금함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자기만의 배려도 한다. 딸은 아빠 엄마를 매우 한심하게 보는 것 같지만 애정은 좀 있는 듯하다. 의외의 통찰도 있어 놀라게 한다. 이런 사실들을 “한두 글자 사전” 연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한두 글자 사전”을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을 때 100편 정도는 쓰자는 계획이었다. 준비된 글이 10편도 안 된 상태에서 꽤나 무리한 생각이었다. 무식한 인간들이 갖는 용기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 연재 마무리까지 오게 되었다. 같이한다는 위안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이 ‘같이’에는 글을 읽어 주신 여러 분들도 포함된다. 연재 끝까지 함께 해주신다면 한 분 한 분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하도록 하겠다.)

 2024년 7월 4일 화요일부터 10월 15일 화요일까지 100일여 동안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발행하기로 하고 한국시간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 편집회의를 했다. 근황 토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경우가 더 많았다. 치열하게 토의한 날에는 같이 쇼핑도 했다. 검색하다 세일 안내 메일을 보고 홀린 듯 신발을 샀다. 우리는 같은 브랜드 신발을 하나씩 갖게 되었다. 돈은 딸이 냈다. 이런 부작용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일상의 많은 순간을 글감으로 본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재미난 일이 있으면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다 동시에 ‘그거 쓰자’ 한다. 둘이 하다 재미있다 싶으면 셋이 모일 때 또 한다. 별거 아닌 것도 같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즐겁다. 못 알아들어도 그것이 우습고 서로를 놀려도 기운이 난다. 이런 경험들은 생활 속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수집하고 간직하여 나누고 싶은 마음을 키운다. 아무튼지 “한두 글자 사전”을 함께 써 보니 무지무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다.




* 메솔로그[mesologue]: 중간을 뜻하는 'meso-'와 이야기를 뜻하는 '-logue'를 결합하여 우리 가족이 새로 만든 단어이다.

월, 목 연재
이전 0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