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인스타그램에 자꾸만 뜨는 스레드를 고운 시선으로 보는 편은 아니었다. 평소에 쓰는 SNS에 딱히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게다가 언뜻 봤을 땐 모르는 사람들끼리 반말하는 듯했는데, 현실에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 오빠들에게조차 쉽게 말을 놓지 못하는 내게는 버거운 분위기였다. 간간이 본 지인의 스레드에서는 항상 댓글과 답글로 언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줄줄이 기싸움하는 곳이라 ‘실’을 뜻하는 스레드라고 불리는구나 할 정도로.
그러던 중 친한 언니가 스레드를 시작했다고 알려줬다. 언니의 계정을 본 적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아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게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지인이 피드에 뜰 때마다 차단했다고. 이렇게 하면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소위 어떤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잘 먹히는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재밌다고 생각하며 올린 글은 의외로 반응이 없고, 생각 없이 쓴 게 오히려 빵 터질 때가 있단다. 그래서 언니는 실험처럼 이런저런 소재로, 이렇게 저렇게 다른 스타일로 써 보면서 어떤 글이 인기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언니 덕에 스레드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스레드를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씩 있었다. 일주일 넘게 언니한테 질문만 했다. 언니도 반말해? 시비 거는 사람 있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했어? 새로운 계정 만들어도 내 인스타그램 계정이랑 연결되지 않아? 프로필 사진은 뭐로 했어? 언니의 정성스러운 답변을 듣고 나면 항상 같은 결론이 났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나도 언니를 따라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스레드에 가입했다. 짧은 글 몇 편을 올리고 나니 금방 재미를 알게 됐다. 사진과 영상이 주인 인스타그램과 달리 스레드는 글이 위주라 피로함이 덜하다. 인스타그램은 반짝이는 순간을 보여준다면 스레드는 일상의 모습을 더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 혼자 산다’에서 연예인의 소박한 일상을 보여주던 때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공감되는 콘텐츠가 많은 스레드가 편하다.
일주일 안 되는 경험으로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글자 수 제한이 있어 하고자 하는 말을 더 짜임새 있게 만드는 훈련이 된다. 물론 댓글로 글을 이어 써도 되지만, 인기 있는 사람들의 글을 보니 드라마나 웹툰의 에피소드처럼 사람들의 궁금증을 잔뜩 일으키고 끝내야 잘 먹히는 듯하다.
글자 수 제한 때문에 그런지 글쓰기 부담이 덜하다. 아이디어는 있어도 브런치스토리에 올릴 만큼의 글이 안 나와서 메모장 어디 한 구석에 방치되는 글감이 많다. 하지만 스레드에서는 막 뱉어도 허용되는 것 같다.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점에서는 좋다.
반말은 오히려 순식간에 친근함을 만드는 장치가 된다. 반말은 글자 수를 줄이려고 시작된 문화일 뿐 강요되는 건 아닌 듯하다. 반말 쓰고 싶지 않으면 굳이 안 써도 된다. 나는 처음에 저항이 심했다가 몇 번 해보니까 뻔뻔함이 장착되고 있다. 반말에는 반말로, 존댓말에는 존댓말로 반응하는 중이다.
글자 수 제한 때문에 깊은 생각까지 가지는 못한다. 어떤 고민이나 의문에 대해 쓸 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에서 그치지, 고민과 의문을 집요하게 붙들고 결론까지 내는 힘은 못 준다. 역설적으로 이런 점 때문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스레드는 글감 창고고, 브런치스토리는 쌓인 글감을 엮어서 내놓는 곳이랄까.
게시물 편집은 게시한 지 15분 동안만 허용된다. 완벽한 글이란 없고 끊임없이 수정하는 것 또한 글쓰기의 묘미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아쉬운 점이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던 글들도 한 번씩 다시 읽으면서 야금야금 고치곤 한다. 글과 심리적, 시간적 거리가 생기면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수정할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규칙이 스레드를 무지성으로 이용하는 데 제한을 두는 것 같기도 하다.
스레드를 잘 시작했다 싶다. 해보았으니 무엇인지 알았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역시 뭐든지 직접 겪어보고 경험해 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