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놀이할 줄 아는 분 계신가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인 단체 채팅방에 자원봉사자 모집 글이 올라왔다. 설날을 맞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공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모양이었다. 한때 공기로 전교 1등까지 했던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지원했다.
마침 초등학생 때 쓰던 공기 알이 집에 있어 연습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공기놀이의 다양한 용어와 규칙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았다.
공기놀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손을 오므려 달팽이 집 같은 모양을 만들고 바닥을 쓸면서 공기 알을 손안에 담는 달팽이 공기. 던진 공기 알을 받지 않고 바닥에 있는 알만 집는 바보 공기. 던진 공기 알을 다른 손으로 받아 내는 서커스 공기. 손에 쥔 모든 알을 던져 받아 내는 천재 공기. 입문자부터 고수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포용적인 게임인 셈이다.
공기놀이는 규칙도 다양하다. 두 다리를 포개어 옆으로 앉는 인어공주 다리. 눈보다 높게 공기 알을 던지는 백두산. 공기 알이 비스듬히 서 있는 고인돌. 2탄에서 두 알 사이에 끼어 있는 다른 두 알을 먼저 잡아내는 간 빼먹기. 3탄에서 한 알 먼저 잡는 청개구리. 4탄에서 네 개의 공기 알을 바닥에 꽝 내려 찍는 도장. 꺾기 전 손에서 공기 알을 정리하는 쌀 씻기. 꺾기에서 공기 알이 손가락 사이에 끼는 반지. 상체를 이용해 공기 알을 잡는 엄마 품. 집요하리만큼 세세한 것까지 간섭하는 놀이다.
초등학교 교실 뒤편에는 작은 책장이 있었다. 공기놀이할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책장 앞에 모이면 되었다.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승자를 정할 것인지, 어떤 규칙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으로 시작했다. 점수로 내기할 때는 쉬는 시간 10분으로 게임이 끝나지 않으니 각자 진행 상황을 기억하고 다음 쉬는 시간에 다시 만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기놀이로 많은 사회적 기술을 익혔던 것 같다. 공기놀이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이 소외되지 않게 바보 공기를 제안하거나 잘하는 친구들이 천재 공기로 게임을 했다. 이때 모든 아이는 각자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바보 공기를 한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하지 않았다. 대신 공기 실력을 늘려 일반 공기로 참여할 날을 기다렸고,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응원했다. 규칙을 정할 때는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상대를 설득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공기놀이를 잠시 중단하고 다음 쉬는 시간에 계속할 때는 상대를 속이지 않는 양심, 상대가 나를 속이지 않을 거란 믿음이 필요했다.
태블릿으로 공부부터 놀이까지 다 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아쉽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공기 알 다섯 개로도 오랫동안 재미나게 놀 수 있는데. 공기놀이는 소근육 발달뿐만 아니라 여자 남자 구분 없이, 처음 해보는 친구도 잘하는 친구도 다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어울리게 해 줬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규칙이 달라 학원에서 친구들이나 명절에 사촌들을 만나면 각자의 규칙을 공유하기 바빴다. 이런 재미를 혼자 추억하기에는 아깝다. 다음 주에 친한 언니 집에 놀러 가는데 애들이랑 놀게 공기 알을 챙겨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