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by 아빠랑 엄마랑

by typed thoughts

지하철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앞에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서 있다

몸을 비비 꼰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간

주변에 앉아 있던 젊은 친구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난다


꼬마 한 명을 위한 자리가 세 개 생겼다

나는 갑자기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미안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젊은 친구들이

내가 일어나기 전에 양보했다면

더 흐뭇했겠지만

늦게나마 일어나 준 것이

참 고마웠다


꼬마 한 명이 앉고

남은 두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예의는

타이밍이 살짝 늦어도 괜찮다

내가 먼저 손 내밀었을 때

뒤늦은 화답만으로도

따뜻해진다

한 명의 작은 행동이

또 다른 한 명을

또 또 다른 한 명을 깨운다


지하철 안 공기는 따뜻해졌고

따뜻한 민망함을 안고 내린다






* "한두 글자 사전"은 아빠가 주로 쓰고 엄마와 딸이 거들고 딸이 편집하여 올립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