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아빠
분명 있었던 일인데
어느 날엔 장면보다
감정부터 흐려진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들
기억해야 한다고 애써 붙잡았던 순간들까지
시간은 너무 쉽게 데려가 버린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이미 끝난 후회들까지
모든 것을 선명하게 붙들고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너무 무거웠을 것이다
다 잊어서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조금 잊었기 때문에
다시 웃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그래서 나는
잊히는 기억을 탓하지 않는다
남아야 할 것은 결국 남고
사라질 것은 제 역할을 다한 뒤 조용히 떠난다
망각은 기억을 잃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덜 아프게 하는 방식이다
* "한두 글자 사전"은 아빠가 주로 쓰고 엄마와 딸이 거들고 딸이 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