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난임? 어색한 이름

나의 난임 기록

by Doing


불행 중 다행인지 '난임휴직'을 선언하고 한 달 뒤에 나는 휴직을 하게 되었다.

바로 신선배아 이식을 못하고 두 달 뒤 동결배아 이식을 해야 하니, 한 달 더 돈도 벌고 잘됐다 싶었다.


곧 휴직에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생각보다 할만한데?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휴직 매직. 쉰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게 편안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정들었던 팀원들과도 송별회를 하며,

다른 부서에도 멋쩍은 인사를 하며 9월부터 본격적인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전 무엇을 할지, 파워 J 인 나는 잔뜩 일정을 꽉꽉 채워 넣기 시작했다.

테니스 레슨, 골프 레슨, 투자 수업, 글쓰기수업(취소), 영어공부? , 헬스, 요가, 신문 읽기, 책 읽기


그리고 인터넷 블로그 검색을 통해 나와 같이 휴직하신 분들은 도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매일매일 검색했다. 근데 생각보다 난임휴직 일상보다는 병원에서 시험관 주사와 약물 등 이런 내용들만 있었고, 이 분들은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일 없이 보내셨을까? 싶었다.


평상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이조차도 괜히 쉬는 게 죄스러웠고, 스스로 계속 그래도 월급이 나오잖아! 라며 다독였다. 그리고 그걸 확인받고 싶어서 블로그 검색을 하며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 나는 쉬어도 괜찮다는 합리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9월은 정말 바빴다.

특히 새로 시작한 테니스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새로운 운동은 활력을 주었고, 팔은 아프지만 정해진 루틴 한 스케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쉼'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줬고 안정감을 주었다.

바빴던 회사 탓에 잠시 멈췄던 골프 레슨도 오전시간대 받고, 저녁에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요가도 하고, 평소 관심 있던 주식 투자에 대해 현직에 있는 분의 강좌를 신청해 듣기도 하면서 하루하루가 알차게 지나갔다. 그리고 기다리던 두 번째 생리가 시작되었다.


바로 병원을 예약했고, 자연주기 동결배아 이식을 위한 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곧 시술을 하게 될 것 같아, 매주 2회 하던 테니스를 급하게 주 3회로 변경해 한 달간의 수업을 3주 만에 끝내버렸다. 골프레슨도 남은 횟수 소진을 위해 매주 2회 열심히 다녔다. 시술을 받게 되면 당분간은 가벼운 산책 정도만 해야 한다고 들어서 만반의 준비를 해나갔다.


드디어 시험관 1차 시술 당일.

자연주기라 주사나 약물은 거의 없었고, 다만 배란이 생각보다 늦어 막판에 한번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게 전부였다. 시술 전에 먹는 약과 배주사 정도? 이 정도는 정말 껌이었다. 남들 다 한다는 츄파츕스 사탕도 챙기고(삼신할머니용), 병원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베개에 슬며시 감추어 두었다.


그때 혹시나 해서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저 오늘 배아 1개만 이식하는 거 맞죠?'

생각해 보니 배아 몇 개 이식하는지 의사랑 이야기를 안 했던 거 같아서 급히 물어봤는데,

보니 벌써 배아 2개를 녹여놨다더라.. 4일 배양 2개를..

나는 9개 중 4일 배양 2개, 나머지는 다 5일 배양 배아였다.

당연히 5일 배양 배아를 이식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4일 배양 배아 2개가 준비되었다는 말을 듣고 놀랬다.

나는 한 개만 이식하고 싶다고 했고, 간호사가 의사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잠시 뒤 다시 간호사가 오더니, 2개를 이식하는 게 서로 시너지도 나서 확률도 높고, 쌍둥이가 다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미 녹여서 다시 얼리면 그 배아는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럴 수가..


'아니 왜.. 저한테 묻지도 않고 그렇게 한 거냐.. 나는 처음 들었다 2개 이식하는 건..'

괜히 간호사에게 이야기했지만, 이미 그런들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간호사는 재차 2개를 이야기했지만 나는 2개는 그래도 좀..이라고 했고, 알겠다고 하고 나갔다.


시술실에서 의사를 만났고, '한 개만 한다고 했다면서요?'

'네..'

그런 찜찜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으로 결국 4일 배양 하나를 이식했고,

시술 도중 '배아 괜찮을까요?' 라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는 별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30% 확률이다라고만 했다.



시술은 정말 간단했다. 마취도 없고 금세 넣었고, 잘 들어갔다고 초음파를 통해 확인시켜 주었다.

배드로 돌아가 잠시 안정을 취하고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


나는 시술 전 후 링거도 별도로 맞지 않았다. 나름 나는 건강해서 그런 거야! 라며 자부심을 가졌지만

그런 건 뭐 중요하지 않다. 성공만 하면 되는 건데..


휴식 후 4일 뒤 혼자 맞아야 하는 주사 한 대와 아침저녁으로 넣어야 하는 질정, 그리고 2일간의 먹는 약을 받았다. 밖에서 기다린 남편과 병원 근처에서 생선구이와 미역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다음날부터 기나긴 추석 연휴의 시작이라 우리는 양가에 어쩔 수 없이 시술일을 이야기하고 시댁은 추석연휴가 끝난 주말, 그리고 우리 집은 그다음 주 주말에 가겠다고 했다. 시술 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며칠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끝에 결정한 것이었다. 사실 양가에 난임휴직 때문에 시험관 진행 중임을 알렸지만, 시술일까지 자세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명절'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반찬으로 나온 고들빼기도 맛있어서 구매했다.

그리고 근처 백화점에 가서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도 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바로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오래는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좀 돌아다닌 편이었다.


집에서 누워서 나는 넷플릭스 일본 애니를 섭렵했고, 착상에 좋다는 검은콩 두유와 서리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번에 꼭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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