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기록
1차 시험관 시술 후, 명절기간 내내 가벼운 산책도 하고 남편과 맛있는 것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고, 임신의 징조인 '배 콕콕'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임신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 느낌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했다.
약간의 배땅김이 있기는 했지만 큰 증상이 없었고 그 무렵 피부가 갑자기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시댁에 가기 전날 아침, 시술일로부터 7일째가 되던 날.
나는 꾹 참았던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한 줄'
보자마자 바로 침대에 다시 누웠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이번에도 아닌 거 같다고 했다.
남편이 일어나서 다시 확인하더니, 연한 두줄이 있다고 해서 다시 살펴보니 매직아이로 살짝 보였다.
근데 기쁘다기 보단 지난번 인공수정 1차의 실패 악몽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술 4일째 맞았던 주사의 영향이 아닐까?라고도 추측했다.
다음날부터 매일 임테기를 했고, 시댁에 가서도 아침마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곤 했다.
아주 희미하게 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 속도는 더뎠다.
그리고 증상도 특별하게 없었다. 약간의 배당김, 피곤함? 피부 뒤집어짐 말고는
시험관 시술 사실을 알고 계시던 시부모님은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 틈틈이 예쁜 곳도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그렇게 기나긴 추석 연휴 주말까지 끝나고 월요일 아침 피검사를 하러 갔다.
시술일로부터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테스트기를 해봤는데 여전히 연했다.
병원으로 가서 피검사를 마쳤고, 근처 백화점에서 옷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몇 시간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피검사 결과는 40
간호사에게 재차 물었다. '이 정도면 희망 없는 거죠?..'
좋은 예후는 아니라고 했다. 희망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었고, 나는 듣자마자 바로 기운이 빠졌다.
몇 시간에 걸쳐 골랐던 옷들을 다 내팽개치고 싶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편에게 연락했고 결과를 알려주었다.
신나게 했던 쇼핑을 마무리하고, 바로 집으로는 들어가기 싫어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이 대낮에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순간 디카페인을 고를지 그냥 커피를 고를지 고민했다.
어차피 안 된 거 같은데... 커피나 마실까..
그래도 결국 디카페인을 골랐다.
앉아서 핸드폰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1차 피검사에서 안 좋았다가 점점 올랐다는 희망적인 글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금세 깨달았다. 그런 글들은 매우 적고, 대부분 그렇다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인공수정 1차에서도 애매한 수치로 애를 먹였던걸 생각하니, 이 현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아예 착상조차 안되면 바로 다음 생리가 시작되고, 2차 이식을 도전할 텐데.. 또 피검사를 하면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최악의 경우 약물을 쓰고 또 몇 달을 허비해야 하나?
작년부터 자연임신, 유산, 소파술, 난임병원, 인공수정, 시험관시술까지..
여성으로서 임신을 위해 가는 모든 안 좋은 케이스란 케이스는 다 나에게 찾아온 것만 같았다.
이 날은 하필 남편 회식이 있던 날이라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던 나는, 남편이 새벽 1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오자 서러움이 폭발했다.
엉엉 울며 신세한탄과 울분을 쏟아냈다. 내 배를 주먹으로 치며 빨리 떨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소리쳤다.
남편은 나를 말리며 조용히 토닥이며 미안하다고 위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