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난임? 어색한 이름

나의 난임 기록

by Doing


1차 시험관 시술 후, 11일 뒤 1차 피검사 수치 40, 그리고 5일 뒤 2차 피검사를 기다리며


울고불고했던 새벽이 지나고

눈이 탱탱 부은 채로 다음날이 되었다.


눈 뜨자마자 다시 나는 테스트기를 했다.

하루 사이 테스트의 목적은 바뀌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발 진해지자' 였던 것에서, 오늘부터는 '제발 연해지자'라고 바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기다리고 싶진 않았고, 희망고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로 진해져도 작년처럼 또 더딘 성장으로 결국은 심장소리까지 못 듣고 소파술까지 하는 최악의 결과가 반복되는 일은 겪고 싶지 않아서 나는 빨리 자연적으로 연해지기만을 바랬다.


무엇을 해야 할까?


시험관 시술 후 나의 일상은 모든 게 '시험관'에 맞추어져 있었다.

다니던 운동은 모두 그전에 다 종료시켰고, 아직 2차 피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라 마음껏 뛰지도 못하고

속상함에 술도 못 마시고, 친정에 가면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 않아 졌다.

하필 이번 주 주말에 친정에 가기로 했는데, 혼자 일찍 가볼까? 했던 것도 그놈의 2차 피검사날짜가 잡혀있어서 내 맘대로 할 수도 없었다. 정말 내 맘대로 계획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난임시술'이라는 게 이 점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일평생 계획형 인간으로 살아왔던 나에게 병원 가는 날조차 언제가 될지,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내 예상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여행을 쉽게도 못 가고, 뭔가를 배우기를 고민할 때도 고려사항이 되었다.


다음 2차는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2차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난임휴직까지 했는데.. 휴직기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이렇게 몇 달을 놀아도 되는 걸까?


불안함 그리고 그 와중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감에 사로잡혔다.


당장 시험관 때문에 찐 살이 눈에 들어왔고, 무작정 살을 빼겠다고 단백질 음료만 먹고 하루를 버텼다.

보고 싶었던 영화도 홧김에 예매해 혼자 보러 다녀왔다. 중단했던 헬스장 가서 가벼운 운동도 했다.

그동안 못 마셨던 커피도 그냥 마셔버렸다. 술까지는 아직 그래서 무알콜 맥주도 마셨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 여정을 위해 무언가를 하며 보내고 싶은데 그 무언가가 아직은 내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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