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기록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아직은 지옥 속이지만.
1차 동결배아 이식 후, 피검사 1차 40점대 이후
완전히 절망했다가
미친 척 이틀간 연속으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커피도 마시고 막살기 시작했다.
4일 뒤 2차 피검사에서 갑자기 200대로 뛰더니
그다음 주 3차에서는 1599까지 나왔다.
그런데 사실 그때까지도 반신반의했다.
작년에 심장 소리 듣기 전에 유산했던 경험 때문이었을까, 마음껏 좋아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기분 좋은 마음에
분만병원과 조리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걷기가 좋다길래 매일매일 산책 겸 걷고,
카페도 가고, 전시회도 찾아갔다.
3차 피검사 후, 초음파를 보기 전날엔 오전에 30분 정도 걷고 카페에 갔다가 집에 와서 한숨 자고
저녁에는 헬스장 가서 한 40분 정도 걷기를 해줬다.
평소 나의 운동 습관 상 전혀 무리는 아니었는데..
다음날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고, 초음파 보기 전까지
중간에 화장실을 가니 갑자기 피가 묻어났다.
빨간 피였다.
작년에 임신, 유산 때도 피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너무 놀랬다.
초음파 상 아기집은 보였고, 원장님은
위에서 바로 지혈제를 맞고 링거 맞고 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집에 가서 내일 아침에도 피가 나면
하루 입원을 하자고 하셨다
세상에나...
내가 너무 무리한 것인가?
조금 걸었을 뿐인데.... 만보 정도도 아닌데..
후회가 되었다. 그냥 누워만 있었어야 했구나... 라면서.
지난주 운동 좀 하고 난 후 2차 피검사 결과가 좋았던 터라, 나는 좀 걷는 것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한 시간도 안 걸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링거를 맞고, 집에 가서 몇 시간 정도 누워있을 땐,
피가 멈췄다.
그런데 저녁 9시쯤 갑자기 피가 또 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덩어리도 나왔다.
아기집인가? 싶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처방받았던, 주사를 맞고
9시도 안 돼서 입원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너무 떨렸다.
대기가 꽤 길어져 한 시간 뒤에나 원장님을 만났고,
예후가 좋지 않다며 일단 아기집은 있는데,
하루 입원하자고 했다.
아침 10시부터 입원생활이 시작됐다.
화장실 가고 밥 먹을 때 외엔 무조건 누워있기.
지혈제를 맞고 항생제를 맞아도 배의 통증은 더해졌고,
피는 계속 났다.
생리대 패드를 가득 채울 정도는 아니지만, 피가 멈추지
않았고, 배 통증은 임신 증상의 콕콕 증상과는 다른
생리통 같이 밑이 빠질 거 같은..
마치 아기집이 당장이라도 나올 거 같은 그런 통증이었다.
타이레놀도 두 알 정도 먹었다.
같은 팔에 링거를 맞아서 팔도 너무너무 아팠고, 손이 잔뜩 부어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에 신음소리를 냈다.
누워만 있는데도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들다니..
눈물만 났다.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차라리 안되면 바로 안되고, 다음 2차 시술할 텐데..
이러면 분명 또 몇 달 기다려야 할 것이 분명했다.
나의 휴직은 2달 정도 지나가고,
올해 안에 결판을 보겠다던 나의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 와중에 병원밥은 맛있었지만, 몇 술 뜨고 말았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다음날 아침 퇴원 전 다시 초음파를 봤는데
희망적이지 않는 소리를 들었다.
아기집은 있지만, 피가 계속 나서 자궁벽이 얇아졌고
조직도 빠져나오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사 몇 개 남았냐 해서 4개 남았다고 하니, 일단 다 맞고 매일, 목요일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그냥 지금 하면 안 되나요….
목요일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니..
눕눕 생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서...
너무너무너무너무 답답했고 슬펐다.
피는 어제보단 덜 나지만
여전히 계속 소변을 볼 때마다 묻어 나왔다.
배 통증도 계속 있었다,
토요일 낮 12시쯤 퇴원을 해 집으로 왔고, 나는 침대에서 절대 안정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이 집안일을 다 해줬고, 너무너무 미안했다.
그 와중에 내 멘털 케어까지 해주었다.
일요일에도 침상 상활, 소파 생활 유지 하고
누워서 쳇 GPPT에게 나의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긍정적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대 안정을 유지하란다..
아침에 일어나 주사도 맞고, 그래도 토요일보다는 배 통증은 덜해졌다. 다만 피는 여전히 나고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 나의 일정은 모두 스톱 됐고, 오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취소했다.
시험관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다.
시험관을 신경 쓰지 말고 일상생활 하기!라고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실상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왜냐면 불가능하니까. 이렇게 피치 못할 상황이 생기고, 나는 의도치 않게 내 루틴 된 일상을 취소하고 그것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림의 연속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휴직하지 말걸 그랬나 그런 후회도 했다가,
지금 같은 상황을 회사 다니면서 겪는다면
4주 진단서를 끊어서 병가 4주를 내는 그 눈치보기...
그거때문에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휴직은.. 그래 잘했다..라고 나 스스로 토닥이고 합리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티브이도 넷플릭스도 다 재미가 없다. 나는 블로그로 오직 난임휴직 시험관 실패 5주 유산 등등 키워드로
다른 사람들의 사례만 찾아보고 있다.
왜 찾아볼까?
성공사례? 아니다. 성공사례를 찾는 게 아니라
나처럼 난임휴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 1차 실패하고, 유산까지 돼서 몇 달 쉬고 2차, 3차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싶어서 실패한 사례, 휴직 길게 한 사례만 엄청 찾아보고 있었다.
그냥 1차에 성공했다는 사례들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괜히 내 눈에 1차 성공 사례만 더 잘 보이는 건 왜일까..
로또라는데, 로또 걸린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런 못난 내가 싫다.
응원하고 축하해줘야 하는데,
마음껏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 상태가 밉다.
오늘 일요일에도 그냥 눈물이 났다. 어제도 눈물이 나고,
가만히만 있어도 눈물이 났다...
다들 이 슬픔을 어떻게, 이 좌절감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이대로 영원히 안될 것만 같은 불안감.. 없는 것과 안 되는 건 다르니까..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정말 희망이 있을까? 그 희망은 언제 찾아올까.
남들은 다 이슈없이 잘 임신해서 잘 지내던데..
나는 임신 두줄을 봐도
임밍아웃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못한다.
임신확인서를 준다는데도 안 받고 싶다고 했다...
심장소리도 못 들어서..
혹시 또 그렇게 될까 봐..
어떤 글을 봤다.
유산 후 다음 임신 준비가 됐다는 걸 알 때는
임신 두줄을 보고도 또 유산될까 걱정되지 않는 시기에, 온전히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때라고.
그 말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정말 유산을 해봤을까?..
유산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이라면
그런 시기는 아마 영원히 안 올 것이다. 그 한 번의 경험은 계속해서 앞으로 내가 임신을 해도 매 순간순간 걱정을 하게 되는 그런 경험이다. 근데 그걸 잊고 온전히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이 점점 삐뚤어지는 건가?
이렇게 임신 준비가 사람을 피폐하고
부정적으로 만드는 건지
사람과의 교류도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올해까지만 도전해서 말띠맘이 되어보자 했는데..
올해 안에 시험관 2차가 가능할까?...
1월로 넘어가서 설도 지나가고.. 그럼 어쩌지?..
다음 명절 때 또 어른들 만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