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 글쓰기
Bilbao v2
빌바오에 오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핀초와 함께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담당 광고주가 진행하는 구겐하임 어워드를 알리는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고, 그룹사에서 구겐하임과 매년 진행하는 초대권 프로모션이 있어서 무료로 구겐하임을 입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해서다.
내가 갔을 때 메인 전시는 후안미로 전이었고, 사실 나는 후안미로 전보다도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있다는 소식에 더 설렜다. 몇 해전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마크 로스코 전을 보면서 대상을 정밀하게 그리는 그림 외에도 색감과 붓질 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미술에 감명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그의 그림 처럼 내 마음에 어떤 강렬한 색감이 가득차서 평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그림을 보면 마음이 빨간 물감으로 가득차서 안정되는 기분이었고, 파란 색으로 칠해진 그림을 보면 온 몸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래서 어떤 그림보다도 기억에 강렬히 남는다.
사실 미술에 무외한이기 때문에 후안미로전을 보면서 낙서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만 의도된 낙서라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모든 행위에는 이유가 있고,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은 의도의 가장 예술적인 결과물이라는 생각에서 후안미로전을 본다면 충분히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아직 내가 그림을 보고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충.. 느낌적인 느낌만으로 그림의 의도를 유추하는 게, 스스로에게 좀 안타까웠다. 미리 공부했더라면 더 폭 넓게 즐겼을 것 같았지만 그림에 크게 관심이 없는 탓에 미리 공부를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1층부터 3층까지 구성되어 있었고, 각 층 별 층고가 굉장히 높았다. 3층에 올라갔을 때는 밑을 보기 두려울 만큼 높았고 3층에 서 있으니 작은 산에 오른듯 규모와 높이가 굉장하다고 느껴졌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갈 때는 높이에 압도되어 내 발로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나는 미술관에 가면 내가 직접 미술관을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미술품을 보는 것을 사진찍는 걸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구겐하임 때도 미술작품 보다 미술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다. 한국에서는 유명 작가의 전시회 때 사진을 거의 못 찍게 하는데, 해외는 사진을 자유롭게 찍게 해서 참 좋았다. 수 많은 사진들과 함께 빌바오 여행을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