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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Oct 02. 2024

#89. 집을 샀습니다 (4)

101번 글쓰기

내 집 마련기


육각형 집까지는 아니어도, 아내와 내가 최종적으로 고른 매물에 드디어 계약을 맺게 되었다. 총선이 코앞이었는데, 야당의 대승이 점쳐지는 분위기라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전망도 들려왔지만 매도자분들은 여름 이사를 서둘러야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매매를 원하셨다. 게다가 내가 눈여겨본 집들이 순식간에 매물에서 사라지는 걸 보니 더 이상 고민할 새가 없었다. 결국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내 손에 쥔 현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대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러 대출 상품을 알아본 끝에, 이번에 나를 집주인으로 만들어준 ‘신생아 특례 대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문들도 함께 생겨났었다.


대출에 대한 불안, 계약은 해도 될까?

계약서를 쓰는 그 순간까지 가장 마음에 걸렸던 질문이다. 지금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 있다. 나도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로 예상 대출액을 확인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제도적으로 매매계약서가 있어야만 실제 대출액을 산정한다는 말에, 결국 뒷일을 미루고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대출을 받기 전까지는 두 가지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대출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지, 내가 원하는 금액이 과연 나올지. 그러나 계약서 없이 모든 게 막연한 상황이니 그저 조바심만 쌓여갔다. 대출이 보장되지 않으면 매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혹여 이런 불안감 속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규제지역, 생애 최초 구매라도 LTV 80%가 확실할까?

내가 선택한 곳은 송파구였다. 송파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서 대출한도가 낮았다. 그래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겐 LTV 80%가 적용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중개사무소를 통해 알아본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는 LTV 50%가 적용된다고 답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처음부터 80% 기준으로 예산을 짰는데 이젠 매매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부동산에서 알려준 담당자들도 입을 모아 말했었다. “요즘 정부에서 대출을 꽉 조이고 있어서 소득이 낮지 않으면 50% 수준이에요.”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터라 계약금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든 계획이 틀어질 위기였다.


유일한 선택이 된 신생아 특례대출

4월에 계약금을 넣고 중도금은 6월로 정했다. 이때까지는 남은 현금과 아내의 신용대출로 어떻게든 버텼다. 문제는 7월로 예정된 잔금이었다. 매매대금의 70% 가까이가 남아 있어 주택담보대출 없이는 계약이 무산될 지경이었다. 알아본 곳들마다 매매가의 50%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마침 5월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기에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주택도시기금)’을 염두에 두었지만, 연봉을 합치면 최고 금리인 3.3%가 적용돼서 시중은행 대출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최우선 옵션으로 여기진 않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선택지는 이것뿐이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값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대출을 조이고 있었고,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도입된다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결국, 신생아 특례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신생아 특례대출, 그 과정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에서 사전 자산심사를 받아 ‘적격’ 판정을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은행과 해당 지점을 선택한다.

선택한 지점을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다.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달라 ‘주택도시기금’에서 안내하는 서류와 다를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창구직원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그리고 서류는 당일에 발급하는 것이 좋다.

서류를 마련해 대출 신청을 한다.

주택도시기금에서는 60일 전에 신청하라 하지만, 은행은 30일 전에 신청하라고 한다. 일찍 가서 창구직원과 일정을 협의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 나와 아애는 육아휴직 중이라서 육아휴직 기간이 명시된 재직증명서 혹은 육아휴직 결제서류를 냈고, 매매할 집에 대한 변동사항이 있는지 이중으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사 갈 집주인 분들의 주민등록등본과 전입세대열람표까지 제출했다.

대출 실행일에 맞춰 잔금을 치르고 등기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대부분 은행에서 소개하는 법무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오신 법무사 사무실 분께 일임하면 등기업무 부터 잔금대출에 관련된 소통도 일임해주신다. 대출 승인이 나자마자 이체되는 것을 알아서 해주시기 때문에 초초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제일 좋았다. 비용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취등록세와 각종 세금, 법무사 비용 등 한 장의 명세서로 깔끔하게 정리 되기 때문에 번거로울게 하나도 없다. 추가로 생애최초(200만원), 신생아(550만원) 중 조건과 금액이 큰 옵션으로 취득세 감면도 알아서 진행주신다. 나도 매매하면서 추가로 1천만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 했는데, 법무사분이 알아서 취득세 감면까지 정리해주셔서 몇백만원 선에서 정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아낀 몇백은.. 인테리어에 고스란히 쓰였지만..)

번외로 나는 잔금일과 입주일 사이에 리모델링과 전세계약일자가 한 달 정도 차이가 있어서 전입신고를 한 달 후에 했다. 원칙적으로 잔금일에 전입신고를 완료해야 하는데, 나처럼 유예사유가 있다면 창구직원과 협의하면 되고 최대 3개월까지 유예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전입신고 완료되면 전입세대열람표를 추가로 은행에 제출해야 하니 잊으면 안된다. 이것까지 완료해야 대출이 문제 없이 끝나는 것이다.


이제야 우리 집

이제 새 집에 들어온 지 이주가 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아침마다 눈을 뜰 때마다 ‘여기가 우리 집’이라는 생각이 들면 왠지 모를 평안이 찾아온다. 아직은 대출이 가슴 한 켠을 무겁게 누르지만, 그래도 내 이름으로 된 이 집 한 칸이 있다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을 얻는다. 비록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서울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게 스스로도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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