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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Nov 03. 2024

#92. 이디야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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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가물

2010년대 초반, 대학 캠퍼스마다 하나둘씩 이디야 커피 매장이 생겨나던 때가 있었다. 어느 구석을 보아도 카페베네가 보이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카페베네를 필두로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는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한국에 상륙한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낳은 문화현상이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띈 브랜드는 이디야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덕분에, 나조차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커피였다. 3천 원에 학식을 먹고도 이디야에서 라떼 한 잔을 사 마시면 만 원 한장에 잔돈이 남았었다. 이런 이디야는 ‘스타벅스 옆 자리잡기’ 전략으로 더 유명했었다. 스타벅스 옆에 입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디야에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가성비가 떨어졌다’는 말들이 주변에서 슬슬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렇게 한때 어디서든 흔했던 이디야가 이제는 어디 있나 싶을 만큼 존재감이 작아졌다. 최소한 개인적으로 커피가 필요할 때 찾는 선택지에는 없다.

 

도깨비 방망이 변우석?

그런 이디야가 얼마 전 배우 변우석을 내세워 창사 최초로 대대적인 매스캠페인을 시작했다. TV는 잘 보지 않는 나도 유튜브 프리롤 광고로 본 기억이 있다. “이디야가 광고를?”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새삼스러운 기분이었다. 코로나 이후, 테이크아웃 편의와 가성비를 내세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각각 손흥민과 정해인을 모델로 내세워 저가 커피의 전성기를 연 초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과의 인지도 싸움을 시작하려는 의지로 읽혔다. 지금 모멘텀을 만들지 않으면 진짜 위기에 빠진다는 판단이거나, 브랜드 가치를 블러핑해 어딘가에 팔 계획이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이디야를 연상한 적이 없었는데 마인드셋에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관여 브랜드의 한계는 명확하다. 상품과 가격의 변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모델의 인기만으로 모멘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모델이 도깨비 방망이가 되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디야가 코로나 시절 로열티를 감면하는 등 상생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것처럼, 차라리 코즈 마케팅을 더 다양하게 전개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캠페인의 키 메시지가 “EDIYA YAMMY, 뭘 먹어도 맛있네”라는 점도 그렇다. 맛에 집중한 전략을 통해 중저가 커피임에도 퀄리티를 어필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중저가 커피에서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기대할까? 브랜드가 위치하려는 지점과 소비자가 원하는 지점 사이의 간극을 더 면밀히 따져보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가 내세우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즐거움’이나 ‘영감’ 같은 메시지가 조금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이디야가 어디야?'

변우석이란 수식어와 창립 최초 TV 광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선 이디야지만, 사먹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릴 것 같다. 광고는 필요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필수적인 수단이 아니다. 무엇보다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다. 모델도 마찬가지다. 광고와 모델은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도 했었다. 좋은 상품 보다 좋은 광고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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