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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Oct 21. 2019

#9. 매일 하나씩

101번 글쓰기

1일 1만족

내가 먼지보다 가볍고, 벌레 보다 소름끼칠 때가 있다. 갑자기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 깊숙이 파고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방법이 없다. 뭐든지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미션을 명확하게 줘야 한다. 무엇을 할 건지, 무엇을 해야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수준인지. 그러다 보면 더 비참해진다. 그러니 단 하나의 기준만 명심하자. '한다.' 하기만 하면 만족하고 오늘의 나를 칭찬해 줘야 한다.


애매하게 표현한 것 같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런 것들이 있다.

빨래: 평소에 몰아서 한 까닭에 빨아도 냄새가 쿰쿰했는데, 오늘은 적당한 양 만큼만 빨래를 해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오전에 널어 두었는데, 오후 늦게 다 말라서 차근히 개어서 정리까지 해냈다.


신발정리: 다이소에서 천원하는 운동화 정리하는 것을 사다가 운동화, 로퍼, 슬리퍼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리고 한동안 깔끔함을 유지했다.


일기쓰기: 몰아서 쓸려다가 모조리 잃어 버린 기억을, 날라온 결제내역 문자, 주머니에 쳐박혀 있던 영수증, 친구와의 카톡으로 기억을 더듬어 완성시켰다. 나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술은 조금 줄이고, 편의점도 조금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설거지: 밥 먹고 바로 설거지 했다. 이런 부지런한 사람 같으니라고. 가장 뿌듯하다.


계절옷 정리: 먼지만 쌓여가던, 자리만 차지하던 계절 옷을 싹 정리했다. 그런데 곧 계절이 변하네. 아무튼 나는 정리했다. 기특하다.


위와 같이 별거 없어 보일 수 도 있는 것들을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해보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생활을 한 가지씩만 해내보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남이 시켜서 해낸 것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오롯한 판단과 행동만이 가득한 순순히 나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내가 나를 위해서 한 행위이기 때문에.


하루에 하나를 만족하는 삶을 살자. 욕심 부릴 것 없이. 스스로 기특해 죽겠다는 듯이. 그렇게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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