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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Dec 01. 2020

#12. 마이치앙마이

101번 글쓰기

한국에선 경험한 적 없는 기후였다.

2019년 5월, 근로자의 날이 낀 황금연휴를 맞아 여자친구와 2000일 기념 여행을 태국치앙마이로 다녀왔다. 원래는 베트남 무이네와 다낭을 다녀올까 싶다가 이동거리를 고민하다 보니 한 곳에 머무르자고 결론이 났고, 기왕이면 소도시 여행이 좋지않겠냐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태국 치앙마이로 목적지를 결정하게 됐다.

#까오까무
한국말로 하면 '족발덮밥'인데 그냥 족발로는 이 맛이 날수가 없다. 도착한 첫날은 더위에 적응이 안 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 풀로 켜서 그냥 잠을 잤다. 그리고 이튼날 저녁 치앙마이 시내 북쪽에 있는 야시장에 들려 맥주와 각종 주전부리로 포식을 하던 차에 탄수화물이 당겨 쌀이 보이는 가게에 자리를 잡은 것이 까오까무와의 첫 인연이었다.

옛날 중국집 그릇같이 연녹색의 그릇에 숨 죽은 양배추와 흑갈색의 소스, 얇게 저미듯 썰린 족발이 흰 쌀밥 위에 고이 포개져 나왔다. 익숙치 않은 깊은 수저로 국물과 흰밥을 적셔 입에 넣고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생각 본적없는 비쥬얼이 준 생각 맛본적 없는 풍미와 한국에선 생각하지 못한 달콤하고 쫀득한 족발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까오까무 하나만으로도 태국, 특히 치앙마이에 온 것이 스스로 대견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국에 와서도 이 맛을 잊지 못해 이태원에 까오까무 파는 가게를 가봤지만, 영 그맛이 아니었고 그나마 부산에서 비슷한 맛을 내는 집을 찾았지만, 사실 부산도 자주갈 수 있는 곳은 아닌지라 항상 아쉬움을 삼키며 치앙마이 야시장을 꿈꾸고 있다.

까오까무에는 이런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이 맛을 몰랐다면, 이런 기다림, 후회, 안타까움 등등 이런 감정은 몰랐었을 것을..



#까오이소이

치앙마이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시내가 작아 아침 러닝으로 적당했던 것이고, (여행을 하면 도시마다 아침러닝이 취미) 골목 구석구석까지도 태국 마사지 업소가 즐비하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습함과 더위였지만 이를 악물고 도심을 걸었다. 조금 걷다가 더우면 에어컨 빵빵한 마사지 업소에 들어가서 마사지를 받고, 다시 더위 좀 식히고 다시 걷고. 그렇게 걷다 보면 구글링으로 찾은 맛집들이 나온다. 그럼 중간에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그러던 중 바이크 족이 움집할 것 같은 가게를 구글링해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다행히 가계에 계신 분들은 상냥하고 친절하셨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메뉴판에 있는 것들을 죄다 물어봤다. 그러던 중 치킨이란 단어만 귀에 걸렸고, 그걸 달라고 했다. 이게 까오이소이와의 첫 맛남이있다.


나중에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봤는데, 치앙마이가 방콕과는 다르게 북부지역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부향토음식이 발달한 도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부지역만의 별미인 까오이소이를 설명한 클립을 본적이 있다. 이렇듯 태국 북부지방의 전통음식인 까오이소이는 일단 닭이 들어간다. 근데 국물은 약간 우리나라 콩물이랑 비슷하다. 여기에 유부튀김 같은 것들이 올라가는 면요리다. 제일 비슷한 것은 돈코츠라멘 정도일 것 같은데. 애써 비유를 위해 언급했지만 차원이 다른 고소함과 달콤함이었다. 고소한데 달콤했고, 달콤한데 약간 매콤했다. 거기에 면굵기도 적당해서 입에 들어갔을 때 국물과 면의 조합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경험한 적 없는 더위였음에도 뜨거운 까오이소이를 먹었던 경험은 아름다웠다고 감히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참 치앙마이는 더웠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더위였고, 당시 태국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서 치앙마이 인근에 고지대 사찰에서 시내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다시 치앙마이가 가고 싶어진다. 알맞은 시내와 초저녁 부터 심야까지 여유롭게, 안전했던 여행지로 기억되며 무엇보다 현지 까오까무와 까오이소이를 언제든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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