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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Aug 27. 2020

#11. 쿠크와 동행하기

101번 글쓰기

#1. 인연
쿠크는 2018년 11월 친구의 인스타에서 처음 만났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동네에서 손바닥 만한 유기견을 발견했고, 인스타에 올렸다. 내용은 "다음주까지 보호자가 없으면, 안락사 예정이다."

보는 순간 고향집에 있는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얼른 데려오자!"라고 해버렸다. 보통 같으면 보고 넘겼겠지만 이상하게 순간적으로 '내가 살려야겠다. 우리 집에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 엄마도 사진을 보더니 내일 당장이라도 데려오자고 했다. 쿠크와 우리 가족이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

#2. 이름짓기
쿠크를 처음 데리고 왔을때는 그냥 바둑이 정도로 불렸다. 그러다가 형수님이 하얀색에 검은 반점들을 보고 아이스크램 쿠앤크와 비슷하다며, '쿠크'라고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름은 쿠크가 되었다.

#3. 배변훈련
데리고 오자마자 한 건 배변훈련이었다. 거실 한 구석에 배변패드를 깔고 거기서 오줌을 보게했다. 영특한 녀석은 곧잘 똥오줌을 패드에서 눴다. 다만 가끔 거실에 깔아둔 매트 테두리에 오줌을 누고 했는데 지금도 그 자리에 가끔 오줌을 눈다.

태어나서 1년 정도는 고향집에 둘 수 밖에 없었는데 쿠크는 언젠가 부터 아침 저녁으로 마당에서 똥오줌을 누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아침 7시에 한 번, 저녁 5시에 한 번 문을 열고 마당에 내보내면 알아서 동네를 뛰다니다가 문 앞에 와서 문열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 쪼르륵 집으로 들어와서 쇼파 위에 쏙 앉는다.

#4. 식사
몸무게가 3kg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밥도 잘 안 먹고 맛있는 간식만 골라먹는 편식쟁이다. 그러다가 올해 5월부터 형수네 집에서 지내게 됐는데 형수네서는 하루5.  두끼 꼬박 먹고 간식도 챙겨먹는다고 한다. 엄마는 일을 다니니 엄마가 있을 때만 먹었는데 형수네 가서는 형수가 집에 있으니 거의 끼니마다 밥을 먹는 것 같다. 아무래도 쿠크는 혼밥은 못할 것 같다.

#5. 털
쿠크는 털이 잘 빠진다. 그래서 짧게 밀어준다. 단, 얼굴은 그대로 둔다. 얼굴까지 밀어버리면 너무.. 생닭 같아져서.. 그리고 매일 같이 밖을 뛰어놀기 때문에 진드기, 이, 상처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떨을 짧게 밀어준다. 수의사 친구가 있어 물어봤는데 털을 너무 짧게 자르면 수치심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주 깎아주면 무뎌진다고 했다. 지금까지 쿠크 털은 아마.. 12번 정도 밀어준 것 같다.

#6. 아빠
개새끼는 절대 집안에서 키울 수 없다고 했다. 형수네 가기 전까지 아침 저녁으로 제일 먼저 찾던 식구가 쿠크였다. 집안에서 아빠를 반기는 유일한 식구였으니까..

#7. 앞으로
내년 결혼을 앞두고 전세계약을 마쳤다. 전세집을 구했을 때 몇가지 조건이 있었지만 나는 '강아지 가능'한 집이 가장 중요했다. 쿠크도 내 가족이고 여태는 가족들에게 신세를 졌지만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한다. 미래의 와이프도 허락했고, 집주인도 허락했다. 쿠크가 외롭지 않게 앞으로도 건강하게 어떤 강아지보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모두가 행복한 나의 가정을 만들고 싶다.

#8. 자랑
사실 길게 썼지만 그냥 쿠크를 자랑하고 싶었다. 자랑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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