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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Dec 15. 2020

#15. 오비에도

101번 글쓰기

황색 레이어가 감싼 도시

천년의 역사를 지닌 프리메티보 길의 핵심도시 오비에도는 생소할 수 있지만 

우디엘런 감독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주인공 남자가 비행기를 타고 들르는 도시가 바로 오비에도다.


우디엘런이 선택한 도시라서 그런지 도시는 여유가 물씬 풍겨지는 느낌이 강했다.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여주인공이 스페인에서 만난 한 남자의 X-와이프와 엮이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는 관계설정이 재밌었던 영화였다. 관계설정 자체가 발칙한 면도 있지만, 살면서 그런 관계가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드는 소설 같은 영화였다. 영화 속에 오비에도는 살짝 나오긴 했지만, 영화 프레임에서도 어떤 뉘앙스를 풍기는 도시라는 인상이 깊었다.


걷다가 마주한 영화 속 도시는 500km 가까이를 걸었던 상황이었지만, 발걸음의 무게를 리셋시킬 만큼 걷기 좋은, 걷고 싶은 도시라는 느껴졌다. 성당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은 황색 레이어가 쳐진 듯이 사방에 황금빛 노란기가 돌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의 건물과 거리가 생경함을 더했다. 여름이었는데요, 그리 덥지 않았고, 오래 걸었던 상태였지만 발걸음이 시원했다. 산책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라고 생각될 만큼 걸음 자체를 여유롭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사실 도시의 볼거리가 풍부하지는 않았다. 스페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였지만 도시만의 분위기는 분명 달랐다. 어떤 사람을 볼 때도 별 것 없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첫인상의 인물이 있는가하면, 화려하지만 한 번 만 보고 싶은 첫인상의 인물들도 있다. 오비에도는 전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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