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ho Dec 18. 2020

#16. 티후아나 아나?

101번 글쓰기

미국에서 멕시코 여해하는 법에 대해


25살에 처음 해외여행을 했고, 그 여행지가 미국이었다.

시애틀로 in 해서 아틀란타로 out 할 때까지 미국을 동서, 남북으로 횡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샌디에고에서 머물면서 당일치기도 다녀왔던 Tijuana에서의 기억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

[Original Taco]
한국에 있을때도 학교 근처에 부리또 맛집이 있어서, 멕시코 음식에 약간의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데이트를 하거나 할 때, 이태원 타코집에 종종 찾아가기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 타코는 비싸기 때문에 자주,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특히 샌디에고 같이 멕시코를 다녀올 수 있는 도시에서는 멕시코를 꼭 가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진짜 타코도 값싸게 배터질 때까지 먹고 싶기도 했다.


티후아나를 가는 것은 간단했다. 트램을 타고 종점으로 간다. (역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다.) 그러면 대사관 같은 곳이 나온다. 거기서 여권을 보여주고 신분만 확인 되면 멕시코에 입성한다. 정말 간단하다.


티후아나에 첫발을 딱 들였을 때, 오지게 긴장 되기도 했다. 호스텔에서 어울렸던 미국애들이 티후아나는 얼마전까지 시체를 길거리에 매달아 두었던 위험한 곳이라고 했던게 생각이 났다. 소름이 쫙 끼쳤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겠지 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내가 반나절 돌아다닌 티후아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오리지날 타코를 먹을 수 있다는 행복감이 동시에 들었다. 맛집을 찾아 놓고 가진 않았다.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다보니, 대사관과 멀지 않은 곳에 번화가가 있었고, 시내도 돌아볼 겸 골목골목으로 걷다가 한국으로 치면 할머니 혼자 장사하는 국밥집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집으로 직진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고기도 큼직하게 썰어주고, 아보카도도 아끼지 않았으며 타코의 기본인 빵은 부드러운 텍스쳐에 살짝 탄내가 있었다. 사방은 스페인어로 가득했으며, 티비에서도 더빙된 드라마 같은게 나오고 있었다. 가게는 문도 없어서 차도의 매연도 들어왔고, 지나가던 사람들과 거리의 소름이 그대로 타코와 함께 테이블에 올라왔다. 아주 생활감 넘치는 리얼 멕시코 타코를 오감으로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마가리따]
미국 남부는 햇살이 따사로워서 마가리따가 아주 맛있다. 특별히 뭔가가 더 들어가진 않지만, 햇살이 주는 뉘앙스가 맛을 더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즘말로 기분탓 인 거다.


티후아나에서는 물가가 워낙싸니 마가리따도 값싸게 즐길 수 있었다. 목재로 지어진 2층 Bar에 들어가서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에 혼자 앉아 마가리따를 주문했다. 폼이 나지는 않았다. 티후아나에 갔을 때가 이미 미국에서 열흘 이상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피곤+후줄근한 옷가지+잔잔하게 솟아난 수염 탓에 티후아나의 유일한 동양인이었겠지만, 누구도 동양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티후아나에서 안전하게 여행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와서 든다.



아무튼 햇살 가득한 멕시코의 도시에서 근사한 목조건물의 테라스에서 한국 촌놈이 마가리따를 시켜놓고 유유자적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가리따는 상큼한 알콜과 잔에 묻힌 소금으로 혀의 미뢰들을 건드려 주었고, 이어서 나온 멕시코 전통 음식들이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15. 오비에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