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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Dec 21. 2020

#18. 파리 카페 드 플로르

101번 글쓰기

폴 사르트르 "카페 드 플로르고 가는 길은 내게 있어 자유에 이르는 길이었다."


26살에 처음 여행했던 파리는 낭만의 도시 그 자체였다.

대학교 영화 수업시간에 과제를 위해 봤던, '퐁네프의 연인들'의 배경이 되었던

퐁네프 다리가 있는 파리는 영화에서 본 것 처럼 짙은 핑크빛 노을과 야경계의 MSG인 에펠탑이 있는

상상 속의 파리 그 자체여서 너무 만족 스러웠다.


아무튼 상상이 현실이 되는 파리에서도

시대의 지식인들과 예술가, 작가들이 찾아 지적향연을 펼쳤던 카페 플로르는

내 이상적 파리를 완성시켜주는 카페 이상의 카페였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만난 한국남자와 생전 처음 만나 생전 처음 간 카페 플로르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그림 속 같은 이미지를 3D 프린터로 구현한 것 같았다.


그곳에서 나와 이 한국남자는 동갑임을 확인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함을 나눴던 기억이 난다. 체대생 처럼 생긴 광고지망생과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의 대화는 끝이 없이 확장 되었고, 끊임 없이 이야기의 소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당시는 여름이어서 해가 길었지만, 그 한국남자와 대화를 마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을 때는 해가 지고 와인이 당기는 밤이 되었었다.



샤르트르가 즐겨찾는 곳에서 나도 그가 된 듯 자유스러운 여행이었음에도 더 자유스러운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던 경험이었다.


사실 한국에도 카페 플로르 만큼이나 고급스럽고, 어쩌면 외형적으로나 커피 맛으로나 더 좋은 카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곳에서 먹었던 커피보다 이태원 코니크라는 카페의 플랫화이트가 항상 더 생각이 나고, 여자친구 집이 있는 발산역의 비콜로 라는 카페의 라떼가 훨씬 더 맛이 좋다.


하지만 카페 플로르 만큼 가보고 싶고, 인스타그래머블하거나 자랑삼고 싶은 곳은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라는 것이 시간만큼이나 스토리가 쌓여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는 그런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아직 내가 한국의 카페를 다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지해서 그런 것 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파리에 있는 카페 플로르는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신기한 카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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