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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Dec 25. 2020

#19. 8시간 하노이

101번 글쓰기

신서유기 반쎄오 맛집가 있는 곳


40도와 습한 날씨. 반나절 동안만 있었지만 어김없이 만났던 스콜까지

유럽여행 왕복은 에어프랑스로 끊었는데, 국적기들끼리는 일부 구간이 교환이 된다고 해서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경유할 때는 베트남항공을 탔다. 사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던 대학생 여행객이었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되는 스탑오버는 베트남 여행을 짧게 나마 만끽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파리에서 인천으로 귀국하는 비행길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스탑오버를 12시간 동안 하게 됐다. 마침 시간대도 아침 8시 부터인가 스탑오버라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로 이동을 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옷들도 하와이안 셔츠류 밖에 없었고, 산티아고 길을 걷고 난 터라 얼굴은 새카맣고 살은 쪽 빠져 있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고수나 동남아 향신료, 소스를 좋아했기 때문에 하노이에 내리자마자 먹은 쌀국수, 낮은 플라스틱 의자의 동네 맛집 부터 오바마가 찾았다는 분짜와 신서유기에 나왔던 반쎄오 맛집까지 하노이에서의 8시간 남짓이 너무나 배부르고 만족스러웠다.



반나절 정도를 있긴 했지만 하노이의 밤도 약간 경험했다. 타이거 맥주 사인이 기가 맥히가 밝혀주는 하노이의 야시장이자 맥주거리는 나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점령한 핫 플레이스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맛집들은 걸음걸음 마다 발목을 억세게 잡는 냄새와 맛들로 호객행위를 찐하게 하고 있었다.


여행의 말미였기 때문에, 여비가 많지 않아서 눈에 보이는, 코를 자극하는 모든 것들을 맛 볼수는 없었지만,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한국에서 먹지도 보지도, 냄새 맡지도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말 필사적으로 최대한 먹고, 골목 구석을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진짜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례길의 지나쳤던 도시들 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가 하노이였었다. 정말 짧디 짧은 반나절의 여행을 마치고 온몸이 땀에 쩔어 6시간 남짓 비행 후 인천에 도착하자 마자 샤워실을 찾아 온 몸을 씻고 게이트를 나왔던 기억이 난다. 참. 돈 없이도 행복했던, 시간이 많아 여유로웠던 대학시절의 경험이 다행이도 있음에 감사한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처럼 기억나는, 생생한 경험의 기억이 감사하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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