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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Jan 04. 2021

#24. 그란다스 데 살라메

101번 글쓰기

지리한 하루였었다.


사진 속 능성이 그란다스 데 살라메에 도착하기 위해 넘었던 산맥이었다. 저런 산맥을 2개를 넘었던 기억이 오늘 났다. 이곳에 도착했던 길에서 설상가상으로 오전 내내 이슬비에 온 몸 흠뻑 젖었고, 고지대라서 축축한 비구름에 둘러싸여 발부터 속옷까지 축 늘어쟈 진이 빠졌었건 하루였다


새해 첫날 출근한 오늘 같았다. 정말로 지리한 하루였다. 당장의 업무를 위해 확인하고 협의해야 하는 일들이 쌓여있었지만 윗 사람들의 말장난에 시간만 허비하고 정작 해야하는 일들이 뒤로 밀리면서 진이 너무 빠져버렸다.


그러면서 이런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실 저 능성이를 넘을 때, 어찌나 힘겨웠는지. 당장 보이는 집에 하루만 신세를 질 수 있겠냐고 묻고 싶었다. 걸음 마다 백번씩 고민했다.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겨서 2개의 능성이를 넘고 나니 내 뒤에 있었고, 멋진 추억으로 남아 주었다. 너무나 지리했던 오늘이 이 날의 순례길 처럼. 이번 일이 끝나고 뒤돌아 보면 멋진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도록 내일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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