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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Jan 11. 2021

#25. 피스테라

101번 글쓰기

세상의 끝이라 불렸던 곳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알고 있다. 사실상 종착지 역할을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례길 보다 더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한 때 세상의 끝이라 불렸던 피스테라 라는 곳이고, 한 곳은 묵시아 라는 곳이다. 사실 나는 피스테라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었기 때문에 순례길이라기 보다는 여행을 했던 것이다.

산티아고까지 완주를 했다면, 굳이 피스테라나 묵시아까지 다시 고생을 하기 보다는 한가로이 세상의 끝의 장관을 만끽하길 추천한다.



피스테라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노을이었다. 세상 본적 없는 황홀한 노을은 순례자 뿐만 아니라 현지 관광객들도 한껏 불러 모으는 주요 관광거리라고 했다. 노을이 질 때, 피스테라에서 가장 바다에 근접한 등대가 있는 절벽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나도 피스테라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날이 밝을 때 한 번, 해가 질 때쯤에 또 한번, 하루에 총 2번을 찾아 갔을 정도로 낮이고 저녁이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사랑의 감정을 노을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검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피스테라의 노을과 함께 감명 깊었던 것은 장례식 행렬이었다. 내가 있던 날 어떤 노인이 돌아가신 날이었었나 보다. 노을을 보고 다시 마을로 걸어가던 길에 작은 성당이 있었는데, 검은 운구차와 앞뒤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어떤 이는 울고, 어떤이는 웃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면서 성당에서 멀어지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장례행렬이었다. 다만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슬품 보다는 죽은이의 저승 안부를 기원하는 것이 느껴졌다. 곡소리가 없는 말끔한 장례행렬로 기억한다.

요즘은 사무실에 박혀 제안 준비를 하느라 노을이 지는 것도 보기 쉽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은 모바일에서나 보는 가십거리에 지나기 쉽상이다. 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든 것에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 섬뜩해지기도 한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다.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일을 하면 행복하기 쉽지 않아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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