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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Jan 12. 2021

#26. 카디즈

101번 글쓰기

한 때 스페인 제국의 관문이었던 도시

카디즈는 안달루시아의 작은 항구도시이다. 지금이야 스페인 사람들이나 휴식을 취하러 찾는 휴양도시이지만 과거 스페인 제국 시대 때에는 대스페인 제국의 관문 역할을 했던, 스페인 제국의 신대륙 발견의 출발지가 되었던 유서 깊은 도시였다고 한다.


그 때의 유산들이 남아 있어 도심에 있는 돔지붕의 성당과 예전부터 무너지지 않고 도시를 이루는 전통건축물들이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도록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낮에는 성당에 햇빛이 눈 부시게 빛났고, 새하얀 건물벽에 빛이 반사되어 온 도시가 눈 부시기 이를데 없었다.


산티아고길을 마무리하고 포르투갈에서 일주일, 버스타고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에서 3일을 있다가 중부로 이동하기 전에 동양인이 쉽게 찾아가지 않는 카디즈를 잠시 드르게 되었다. 카디즈까지 굳이 간 이유는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여기서도 중국인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관광객으로 가지 않는 도시는 중국인 상인들이 이미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중국인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꽤나 쉽지 않다.


아무튼 동양인이 적은 이 도시에서 짧지만 잠시 머물면서 사람들이 가득한 해변에서 유유히 혼자 태닝을 하기도 했고, 해가 지는 해변을 혼자 걸으며 마음껏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밤에는 광장에 찾아가 마침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를 봤던 행운도 있었다. 물론 나는 레알의 팬이었기 때문에 레알을 응원했고, 마침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최빈주였고, 바르셀로나는 최부주였기 때문에 안달루시아에 있는 카디즈의 민심도 레알을 향해 있었다. 광장에서 축구를 보면서 맥주를 먹었고, 레알을 응원한 덕분에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레알의 골을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들렸던 도시였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만, 그 어떤 부담감도 없이 하루를 낭비했던 기억이 난다. 참 그렇게 하루를 보내기 쉽지 않았는데, 특히 지금 같이 직업을 가지고 있을때는 그럴 수가 없는데. 참 그 때가 생각이 나고, 시쳇말로 마려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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