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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Jan 17. 2021

#28. 양양 떠오를양 빛양

101번 글쓰기

현지에선 양양을 야양이라고 부른다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다. 5살인가? 아무튼 어릴적 이사온 양양은 학창시절 내내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다. 장래를 논하기에 작은 곳이었고, 젊음의 흥이나 재미를 느끼기엔 동년배가 너무 없었다. 그렇게 대학입학과 함께 떠난 양양이 직장을 잡고 난 후 부터는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우리 집은 해안에서 멀찍한 곳에 있었지만 차를 타고 움직이면 지척에 바다, 온천, 설악산이 있는 하늘이 내린 힐링의 도시이다. 어릴 적에는 학업 외에 크게 관심이 없다가,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소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찾아보면서 양양이란 동네 이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오색을 기점으로 한 설악산과 온천 관광지로써, 남애와 인구해변을 기점으로 한 서핑의 고장, 수산에 있는 쏠비치가 있는 동해안의 대표 해수욕 고장. 알면 알 수록 참 살고 싶은 동네이다.


그래서인지 양양집에 가는 길이 이제는 참 설렌다. 그리고 그렇게 만족스러울수가 없다. 남들은 시간내서, 돈내서 가는 여행길이지만 나는 집도 있고, 가족과 친구가 있다. 남들에게 특별한 것이 내게는 일상적인 것이라는 것이 마치 특권을 가진 것인냥 으스대기 좋은 꺼리가 되어 주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도 고향이야기를 하면, 내 고향이 양양이라는 말에 백이면 백 모두 부러워 한다. 나도 가끔 예전의 내가(양양에 살던 내가) 부럽기도 하다.


눈이 오는 오늘 해돋이를 보았던 양양이 떠올랐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연초라서 그런 것인지, 눈이 오기 때문에 해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아, 양양의 지명은 떠오를 양과 빛 양의 조합이다. 쉽게 말해서 해돋이의 고장. 그래서 눈으로 해를 보기 어려운 날이면 양양이 가끔 생각이 난다. 아무튼 오늘 무득 양양이 생각이 난다. 칫솔 조차 챙겨가지 않는 양양 여행길과 그 길의 도착지인 양양집이 그립다. 아마도 연이은 PT와 연이은 실무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닐지. 그리고 신혼의 재미와 걱정이 계속 되기 때문이 아닐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눈은 쌓이고, 내 재생목록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울린다. 참 감성적인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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