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ho Jan 27. 2021

#29. 리옹 무박 여름밤

101번 글쓰기

가장 싼 차편을 이용하다 보니 무박했던 리옹


한 여름밤의 상쾌함

더웠다. 온 몸은 땀에 쩔어서 약간 쉰내도 났고, 생전 처음 땀을 씻지 않고 찝찝하게 밤잠을 잤던 기억 난다. 그래도 몸은 찝찝했지만 기억은 상쾌했다. 리옹의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기차역 인근 공원과 골목 마다의 상점, 음식점 그리고 다리에서 본 사람들의 상쾌한 표정과 옷차림새가 떠오른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이방인 앞에서도 싱글벙글 웃어주었던 그들은 도심의 한 공원 공터에 모여 샹송인지 팝송 인지 아리까리한 노래에 맞춰 몸을 덩실덩실 했다. 땀이야 나든 말든 서로의 몸을 자연스럽게 부딪히고, 애정 가득한 눈빛을 주고 받고, 가득찬 술잔과 탄산수를 나눴다.


나는 이방인 답게 한 발치 떨어져 그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몸의 찝찝함을 분위기의 상쾌함으로 떨쳐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와서 다시 돌이켜 보는 리옹에서의 하룻밤이 참 좋다. 마치 소나기 이후 상쾌해진 공기 마냥 그 때의 기억이 상쾌하다.



갑자기 상쾌함이 절실한 이유는 일에 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옆팀과 꾸역꾸역 해나가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업무시간이 참 찝찝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다 오랜만에 사진을 돌려보면서 리옹에서의 상쾌한 여름밤 기억까지 끄집어 낸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등산이라도 가야 풀릴 기분이다. 직장인의 답답함은 언제든 쌓이고, 언제든 풀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28. 양양 떠오를양 빛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