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 3와 라이온 킹에 나타나는 세계관
이미 예전 애니메이션들이지만, 문득 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다가스카 3 애니메이션을 보고 예전 라이온 킹이 떠오르며,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는 사회 계몽적 요소들에 관해 한 번 글을 써보자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기승전결 확실한 탄탄한 구성, 교훈적 내용 등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임에 분명했지만, 보는 내내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국가들과 그 내용들이 상당히 정치적이고 사회 계몽적이어서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불편함을 주기에, 복잡다단한 감정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만화가 정치적이고 사회 계몽적이다?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만,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제가 본 관점에서 마다가스카 3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먼저 마다가스카 3 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찌어찌 실수로 뉴욕에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오게 된 네 마리의 주인공 동물 (사자, 하마, 기린, 얼룩말) 들은 그곳에서 서커스를 하며 살고 있는 다른 동물들을 만납니다. 호랑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이 서커스는 그러나 기존의 가치와 컨셉만을 고수하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를 주인공 동물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모두를 포용하는 마음으로 개선하고 완전히 새로운 서커스를 만들어내어 대성공으로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뉴욕으로 돌아온 네 주인공 동물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또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마음을 먹으며 이 애니메이션은 끝이 납니다.
제가 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계몽적이고 사회적인 것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등장인물(동물)들과 행동을 통해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 동물인 주인공 4인방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사자 알렉스는 대표적인 미국 남성 젊은이 캐릭터로서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모든 상황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별을 초월하여 전인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전작에서 아버지 사자와 성격 차이에 대한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활용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캐릭터가 되죠.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항상 성장하여 더 나은 모습이 되는 성장의 캐릭터입니다.
하마 글로리아는 유연하고 춤을 잘 추는 퉁퉁한 흑인 여성 같습니다. 항상 신나고 어지간한 것엔 흔들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인공 4인방에게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기린 멜먼은 소위 geek으로 불리는 키 크고 소심한 남자 백인 젊은이 같은 느낌으로 특유의 어설픔 때문에 주인공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말 주인공들을 돕고 싶고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마지막 주인공 캐릭터인 얼룩말 마티는 에너지 넘치는 인종 불명의 남자 미국 젊은이로 보입니다. 장난기 많고 개성 있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미국 하면 떠오르는 몇몇의 캐릭터를 잘 묘사하고 있죠. 이 네 마리의 미국 동물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캐릭터인 호랑이 비탈리는 대놓고 '러시아 호랑이'로 나오며 러시아를 상징합니다. 한 때 서커스(=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표 동물이었으나 과한 행동과 욕심으로 인해 큰 실패를 경험하고 현재 뒷전으로 밀려나 불평을 늘어놓으며 전통을 강조하는 동물로 나옵니다. 새로운 것, 성장, 감성을 강조하는 사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등장하죠. 어디서 많이 보던 국가들의 관계 같지 않습니까? 불타는 서커스 링을 통과하기 위해 올리브 오일을 몸에 뿌리고 달려들었으나 실패하고, 나중에 주인공 사자가 준 무언가를 몸에 뿌리고 링 통과에 성공하여 주인공 사자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갈등이 해소됩니다. 이 무언가는 (다분히 시장경제적 상품인) 헤어린스로써 기존에 뿌리고 실패한 올리브 오일과 대비되며 구시대의 유물에 의한 실패, 새로운 문물로 인한 성공이라고도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 호랑이는 대사에서도 원래 하던 서커스 방식이 옳은 것이라는 말들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며 변화에 인색한 현재 러시아의 상태를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주인공 사자(미국)에 의해 마음을 돌리고 같이 서커스(세계)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조력자 물개 스테파노는 히스패닉 계열을 의미하며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합니다. 사자와 호랑이의 중재 역할을 하면서 나중에는 대놓고 맘마미아 산타마리아 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신이 히스패닉이라고 보여줍니다. 결코 일인자나 이인자가 되지 않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전체를 매니징하는 중간 관리자 정도의 역할을 합니다. 시끄럽고 산만하며 귀가 얇지만 결국 모두의 마음을 다독여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죠. 히스패닉이 미국 내에서 혹은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포지셔닝을 했으면 하는 미 제작자의 바람일까요?
주인공 사자를 잡으러 다니는 악역 여자 경찰 듀브아는 대놓고 프랑스인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웃긴 것은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은 의인화되어 다분히 인간적인데 반해 이 여자 경찰은 인간인데도 매우 동물같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엎드려서 냄새로 동물들의 위치를 찾아내고 비열하고 잔인한 성격으로 비칩니다. 그리고 프랑스인임을 여과 없이 내비치죠. 미국이 생각하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이런 이미지일까요? 미국과 프랑스 간의 관계가 항상 좋지만은 않은 것은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말입니다. 여자 경찰은 결국 자신의 비열함에 자멸하게 되고 주인공들에게 패배하여 낙오하게 됩니다.
가장 특이한 캐릭터는 곰입니다. 묘기를 부리는 곰이 나오는데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없으며 의인화된 고등 동물이 아닌 '그냥 동물'로 묘사됩니다. 다른 동물 캐릭터들은 모두 옷을 안 입고 있는데 곰만 누가 희화화를 위해 입힌 듯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동물 캐릭터라는 것이 여기서도 강조되죠. 이 곰이 중국처럼 느껴지는 건 저 뿐일까요. 특히 주인공들이 새로운 서커스를 개발하여 첫 공연을 할 때 곰이 자전거를 타고 스테디움의 관객석 중앙을 가로질러 달려가며 조명을 켜는 장면은 베이징 올림픽 오프닝 무대에서 자전거가 스테디움을 타고 달려가며 화면 조명을 켜던 장면을 생각나게 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가 곰이라는 것이나,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지나치게 훌륭한 실력의 묘기(중국 서커스의 기인적 묘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등은 곰 캐릭터에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을 아직 '말할 수 있는'(성숙한 국가) 수준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일까요. 하지만 상당 분량을 이 곰에게 할애하고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곰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맨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고주망태 개 여섯 마리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잦은 분쟁을 일으켜 미국에게 골치 아픈 중동을 묘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능이 낮고 거칠며 말을 함부로 하는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자기네들끼리 맨날 투닥거리고 있죠. 정작 문제의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위 이미지에서도 보면 움푹 들어간 눈 등 어째 특정 지역 사람들의 모습 같죠?
코끼리 두 마리야 당연히 인도 쪽을 의미하는 것이겠고 생긴 것도 인도, 파키스탄 인물처럼 생겼습니다.
하얀 말 세 마리는 머리에 올려놓은 삼바 분위기의 장식품이나 탄탄하고 육감적인 캐릭터를 보아서는 브라질 등 남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개와 코끼리, 말들은 전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말 못 하는 곰 보다도 비중이 훨씬 적죠. 스토리에 리듬감을 주며 양념을 치기 위한 정도로만 등장합니다. 세계 속에서 혹은 미국에서 인지하는 이들 국가들의 이미지가 이런 것일까요?
이 애니메이션으로 은근 가장 인기를 많이 얻은 펭귄들은 미군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능률적이고 빠른 판단과 함께 능숙하고 완벽하게 화합(상명하복)되어 확실한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죠. 이 도움은 스토리 라인의 밸런스를 위협할 만큼 비현실적으로 큽니다. 상상초월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죠. 주인공들이 미국을 의미한다면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주는 것은 미군대라는 느낌일까요? :) 인기가 어찌나 많았던지 마다가스카 3 속편에서 아예 주인공을 꿰차고 '마다가스카의 펭귄' 이라는 작품으로 등장합니다.
뉴욕에서 온 네 마리의 주인공 동물을 제외한 기존의 서커스 동물 멤버 (대부분 유럽) 들은 고리타분하고 인기가 없어진 '전통적인' 서커스를 고수하고 있다가 주인공 동물 네 마리로 인해, 특히 주인공 사자로 인해 새로운 것, 미래, 창의에 눈을 뜨고 주인공의 설득과 노력으로 결국 훌륭한 서커스를 완성합니다. 주인공이 없었으면 이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며 과거의 답습을 통해 점차 낙오했을 것이겠죠. 새로운 바람,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고 강압적이 아니라 설득의 방식으로서 모두를 하나로 모으며 모두가 기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 이것이 현재 미국이 미국에게 또 미국인 - 미국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 바라는 미국인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물론 제 해석에 다소 비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캐릭터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기존에 있는 여러 현상이나 인물들을 바탕으로 잡기도 하고, 공감되는 갈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존 현실에 있었던 갈등 구조를 차용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잘 뜯어보면 은근히 직접적인 비유들이 만화 전반에 나타난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네요.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에서 제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기존 서커스 멤버였으나 주인공 사자에게 매우 호의적이면서 주인공을 따라 하고 배우는 캐릭터. 주인공의 가치관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따끔하게 주인공에게 주의를 주는 제 2의 주인공 - 여성 표범 지아입니다. 그러한 제 2의 주인공 국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극동아시아 지역을 말하는 것일까요. 생김새도 은근히 서양사람들이 바라보는 동양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중국? 일본? 아니면 우리나라?! 주인공에게 대단히 호의적이면서도 자기주장이 강하고 단호하며 단단한 면을 갖춘 강인한 여성 표범. 어디일까요.
애니메이션은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특히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대중 장악력을 가진 애니메이션이기에 교육적인 목적이 듬뿍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이러한 '교육'의 목적이 제가 위에서 언급한 방향대로, 어찌 보면 상당히 정치사회적인 색이 강하게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기획자의 관점도, 이를 표현해내는 기술도,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케팅 능력도,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교훈적인' 스토리로 녹여내는 작가의 실력도 놀랍기만 합니다. 여담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떠올랐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해 볼까요?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의 정점을 찍은 라이온 킹 기억나십니까. 라이온 킹은 점점 나약해지는 미국 아이들에게 강한 미국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부분 사회 계몽적 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 사자는 강인한 예전의 미국 백인, 아들인 심바는 그것을 잃고 벌레를 먹으며 나약하게 살아가지만 점차 자신의 강함을 깨닫는 미국의 백인 어린이들을 비유한 것이고, 멧돼지는 심바를 지원하는 흑인, 미어캣 역시 심바를 위해 존재하는 히스패닉, 심바를 돕는 묘한 분위기의 개코원숭이는 동양인의 신비한 지혜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70-80년 대 생이시라면 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셔서 기억이 나실 텐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고 느껴지지는 않으신지요.
우리가 마냥 즐겁게 보던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러한 사회정치적 계몽이 있을 수 있답니다. 요새 크게 유행하는 히어로물들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그런 것이 혹시 느껴지지는 않으셨는지요? 우리는 대중 영상을 어떻게 또 바라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마다가스카 3 의 하이라이트인 '새로운 서커스' 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원본 : https://youtu.be/ku7rPXoLR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