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소비자 중심 Design Thinking 전략
HOT와 SES가 포문을 연 아이돌 시장은 현재 우리나라 가요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이러한 가요계 스타일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나요? 하지만 오늘자(’16.3.27) 빌보드 Top100 에서 20위까지 그룹 가수는 4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아이돌과는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른 그룹들이죠. 그룹 아이돌 가수로 지배되는 가요계가 범세계적인 현상이 결코 아니며, 이러한 우리나라 가요계의 현재를 만든 하나의 기획사를 뽑으라면 역시 SM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몸담았던 기업 컨설팅 분야가 자주 생각납니다. 요즘 제조업에서 각광받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전략 - 소비자 중심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 (니즈, Needs)을 파악하여 신제품을 기획하는 전략 - 이 떠오르기 때문인데요, 어찌나 철저하게 제조업의 디자인 싱킹 전략과 닮아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곤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러한지 한 단계 한 단계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는 어떤 기획사의 내부 인력이 아니라 한 명의 kpop 팬으로서 '비즈니스 전략적 측면에서 이렇게 볼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을 역분석을 통해 글을 써 봤습니다. 실제 기획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산업에서 사용되는 디자인 싱킹 전략을 설명드리면, 제조업은 지금까지 원가 절감, 생산성 증가, 효율적인 마케팅 등을 목표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래야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상품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여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제품 기획 전략을 다시 짜게 됩니다. 그동안은 산업 공학자가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상품 기획 전략의 주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요구와 불편사항들을 파악하여 이를 훌륭히 구현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거죠. 이미 이렇게 경향이 바뀐지가 제법 되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아직도 제조업에서는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증가, 오너의 주장대로 결정되는 제품 기획, 전격적인 마케팅 등이 주요 전략인 곳이 많답니다.
그럼 Design Thinking 전략을 한 단계 한 단계 설명드리면서 어떻게 아이돌들이 이와 같이 육성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Design Thinking 전략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정의하지만 오늘은 아래와 같은 단계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Empathize 공감 : 이는 기존 비즈니스 전략의 타겟팅에 소비자 니즈(욕구) 파악이 결합된 개념이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사용자 군을 정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하고 연구하여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까지를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 Define 방향성 정의 : 소비자군이 어디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공감이 되고 파악되었다면 이제 이를 바탕으로 통찰을 활용하여 우리가 어떤 방향성으로 제품 혹은 서비스 등을 만들 것인가 방향성을 정의합니다. 이 정의는 형용사 등의 상당히 추상적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3) Ideate 아이디어 발산 :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개발 방향성이 정해졌으면 이제 이를 바탕으로 브레인스토밍 등의 아이디어 발산 방법 등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창의적인 솔루션들이 도출됩니다.
4) Prototype 프로토타입(원형) : 수많은 아이디어 발산 후 이를 정리하고 발전시켜 하나 또는 몇 가지의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자체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보면서 아이디어를 더하고 덧붙이며 테스트를 위한 원형을 완성합니다.
5) Test 실험 :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토타입들을 처음 목적했던 사용자 군에 소개하고 테스트합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고 이미 도출했었던 아이디어들을 다시 더하거나 개선하면서 프로토타입을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만들어 갑니다.
자,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아이돌, 특히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를 만든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가수들을 한 번 바라봐 보겠습니다. 어떻게 아이돌들은 육성되고 발전하고 있을까요. 제조업(서비스업도 포함)의 이 Design Thinking 전략이 얼마나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을까요.
SM엔터테인먼트는 많은 가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수들이 소위 '컨셉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는 애초에 컨셉이 겹치지 않도록 타겟을 명확히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소녀시대는 상당히 폭넓은 타겟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대 남녀, 20대 남녀, 30대 남(녀), 40대 이상 남자 등 '소녀'라고 하는 단어의 세대를 불문한 긍정적인 뉘앙스만큼이나 넓은 타겟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죠. EXO나 f(x)는 상대적으로 좁은 타겟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EXO는 꽤 명백히 10대 소녀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고, f(x)는 20대와 10대 여성을 메인으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세대를 타겟한다 해도 성향이 다른 소비자군으로 나눈다거나 성별로 구분하는 등 가능하면 타겟층이 겹치지 않게 애초에 기획을 한다고 보입니다. 이는 제조업에서 어느 나이대의 어느 성별, 어느 성향의 소비자가 주 타겟인지를 정하고 제품 라인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렇게 타겟을 정의했으면, 각 타겟층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동경하고 좋아하는지 그 미충족 된 니즈(욕구)를 연구합니다. 실제로 리서치 과정을 거칠 수도 있고 아니면 온라인 정보 등 2차 생산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죠.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EXO의 경우, 10대 소녀들을 타겟으로 하는데 이들이 원하고 동경하는 미충족 니즈의 키워드는 ‘학교에서 제일 잘 생기고 키 크고 운동 잘하는 선배’, ‘어른에 대한 심적 독립과 반항심’, ‘달달한 연애 상대와 성적 호기심’, ‘시크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오빠’ 등등이 있을 겁니다. 이것을 충분히 조사하고 이해하여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성공에의 큰 열쇠가 되겠죠. f(x)는 20대 여성 중에서도 모던한 성향, 문화 얼리어답터, 잇걸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이는데요, 그들이 원하는 문화 코드 '생소하면서도 익숙함' '글로벌 마인드' '대중을 이끄는 앞선 트렌드' 등을 목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M의 다른 여성 가수들에 비해 다양한 국가 출신 멤버, 주류이면서도 비주류의 일렉트로닉 기반 음악 스타일, 대중적 아름다움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독특한 의상 등이 이런 것을 보여줍니다. 각 타겟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하여 공감하는 것이 그래서 모든 것의 시작인 거죠.
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회자되는 스낵 신제품 개발 스토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허니버터칩' 인데요 지난 글에서도 인용한 바 있지만 이 허니버터칩은 그냥 짠하고 등장한 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이 어떤 디저트의 맛을 좋아하는지 SNS 등에 있는 글들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엄청나게 모아서 형용사를 추출했더니 '단맛' '버터맛' '짠맛' 등 이 나와 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감자칩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곧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거죠.
이렇게 타겟을 정하고 그 타겟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충족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하나의 추상화된 방향성을 정의하는 것이 Define 과정입니다. 여기서는 SM의 대표주자 소녀시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이야 가요계에 많은 아름답고 예쁜 걸그룹이 넘쳐나고 있지만 소녀시대가 데뷔한 2007년에는 이러한 컨셉의 예쁜 걸 그룹 가수가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원더걸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죠. SES와 핑클이 2002~2003년 경에 사실상의 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쥬얼리 정도가 활동을 이어갈 뿐 걸그룹의 가뭄 시기였습니다. 이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 들어온 것이 소녀시대인데 '걸'그룹, 즉, '소녀'라고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말이죠. 사람들은 소녀에게 무엇을 바랄까요?
사람들은 소녀에게 '착함' '사랑스러움' '예의바름' '총명함' '순수함' 등의 모습을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허니버터칩의 예시처럼 SNS에 있는 형용사들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면 더 정확히 소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볍게 생각했을 때도 위와 같은 성향을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결국 이 니즈들을 아우르는 것은 '예쁨' 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생각, 마음이 예쁜 것이 결국 위에서 말한 단어들을 포함하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중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이너는 모든 사람의 니즈(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경우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야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수가 원하는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그 정수를 분석하죠. 예쁨이라는 것이 그 정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이 과정이 바로 Define - 정의 과정입니다.
EXO의 예도 들어 보겠습니다. 10대 소녀를 타겟으로 위에서 언급한 니즈를 분석하여 도출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반항' '강함' '시크' '속은 따듯' '섹시'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키워드를 한 마디로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른 오빠' 정도? 10대 소녀인 나보다 나이는 한두 살 밖에 안 많지만 내가 보기엔 이미 어른인 오빠 같은 느낌. 20대 초중반 같은 남성의 완숙미를 갖춘 10대 후반의 철든 오빠 말입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이미지죠. 그래서 '미충족 욕구' 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정의한 방향성을 외모, 의상, 말투, 성품, 목소리, 행동, 음악, 안무 등에 빠짐없이 녹여내면 10대 소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EXO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이미 갖추었고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라 하겠습니다.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에 아직 많이 노출되지 않아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죠. 성숙한 모습을 하나씩 보여줄 때마다 팬들의 충심은 더욱 깊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10대 소녀를 타겟으로 한 것치고 의외로 성적인 뉘앙스가 다소 강해 보인다는 걱정이 조금 있긴 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강하면 자칫 사생팬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어서 말이죠.
위에서 정의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제 어떻게 이를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허니버터칩이 단맛과 버터맛, 짠맛이라는 방향성이 있다면, 버터 사탕 계열로 만들까, 버터를 찍어먹게 만들까, 버터 과자에 짠맛을 넣을까, 단 맛 후 짠맛이 느껴지는 스낵을 만들까 등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소녀시대로 예를 들어볼까요.
사람들이 ‘소녀’에게 기대하는 것을 정리하면 '예쁜 것' 일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먼저 어떤 어떤 것들이 예뻐질 수 있는지 상상해볼까요? 얼굴이 예쁜 것, 몸매가 예쁜 것, 옷이 예쁜 것 등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거지가 참 예뻐’ 할 때의 품위, ‘말을 참 예쁘게 해’ 할 때의 말투와 교양, ‘아픈 친구도 도와주고 마음이 참 예쁘네’ 할 때의 성격과 성품,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 예쁘니’ 할 때의 음성, '웃는 모습이 참 예쁘구나' 할 때의 표정 등 우리는 예쁘다는 표현을 ‘기대했던 이상의 바람직하고 만족스러운 상황’ 어디에나 사용합니다. 예쁠 수 있는 수많은 방향들이 있는 거죠.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 사람들은 '역시 예쁘구나' 라고 하며 흡족해할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걸 그룹은 당연히 다 예쁘다고요? 요새는 그런 그룹들이 많지만 이렇게 모든 방면의 총체적 예쁨을 추구하는 그룹은 참 드뭅니다. JYP의 원더걸스나 미쓰에이도 예쁘지만 각 캐릭터의 개성을 죽일 정도로 총체적 예쁨을 컨셉으로 하고 있지는 않아 보이고, 이런 방향에 더 가까운 그룹은 트와이스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신인이라 방향성은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YG의 걸그룹은... 이런 예쁨 아닌 거 아시죠? 얼굴과 몸매의 문제를 떠나, 사람들이 소녀에 기대하는 저런 예쁨과 CL 의 Hello bitches 뮤비를 비교해 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소녀시대 이후 비슷한 컨셉의 걸그룹이 줄을 이었는데 현재 그중에 가장 이러한 총체적 예쁨을 목적하고 있는 걸그룹은 여자친구 정도라고 보이네요.
다시 소녀시대로 돌아와서, 소녀시대는 예쁨을 목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예쁜 외모를 기준으로 선정되고 발전되었습니다. 여기에 대중들이 소녀시대를 접하는 미디어를 통한 모습에서, 예쁜 음악은 기본이고, 예쁜 행동, 착한 행동을 노출하며, 어디서나 경우 없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예쁜 성격과 성품, 아름다운 행동거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깔깔거리며 친하게 장난치고 웃는 푼수 어린 예쁜 모습도 보여주죠. 이렇게 사람들의 니즈의 방향으로 고민하고 훈련해서 점점 발전합니다. 의상도 대중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헤어도 여성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선택합니다. 표정과 목소리도 연습을 통해 더 예쁘게 가꿉니다. 앞으로 성숙하며 행동거지를 더 품위 있게 만들고, 지식을 쌓아 의외의 교양을 보여주면 그 예쁜 이미지가 계속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예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몸빼바지를 입고 망가지는 모습이나 푼수 어린 행동들도 소위 반전 매력으로써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거고요. 예쁨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의 연예인이 망가지거나 푼수 같은 행동을 하면 반전이 아니라 ‘내 그럴 줄 알았어’ 가 될 뿐일 겁니다. 단, 이러한 반전 매력이 너무 빈번히 노출되면 기존의 예쁜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10% 로 양념을 치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됩니다.
소녀시대는 이 니즈를 훌륭히 만족시키는 대단한 브랜드가 되었죠. 시간이 갈수록 많은 면에서 점점 더 예뻐지도록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나이들면서 각 나이에 기대되는 사람들의 미충족 니즈를 연구해서 구현하면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걸그룹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예쁨을 보여줄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제 가수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사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세상에 이런 니즈들을 다 만족시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얼굴, 몸매, 센스, 음성, 교양, 품위, 말투, 행동 등이 전부 다 기대 이상으로 예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사람들의 미충족 니즈를 만족시킬 만큼 매우 예뻐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그룹' 입니다. 이는 마치 멘토스 같은 겁니다. 멘토스 한 줄에는 이런저런 맛이 다 들어있죠?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할 하나의 맛을 개발하여 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사람들의 입맛이 바뀐다면 바로 폐기처리되기 때문에 위험성도 큽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맛을 넣죠.
이렇게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 그룹이 훨씬 유리합니다. 외모 담당, 귀여움 담당, 노래 담당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의 ‘초월적 예쁨’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특징을 모아서 하나의 그룹 브랜드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혼자보다 훨씬 쉽습니다. 사실 한 명으로는 이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프로토타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소녀시대는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예쁨 – 얼굴, 몸매, 센스, 음성, 교양, 품위, 말투, 행동 등등 – 에서 각각 돋보이게 이미지를 형성한 멤버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굴은 윤아, 몸매는 수영, 센스는 써니, 음성은 태연, 교양은 서현 등등 말이죠.
이를 통해 형성된 ‘소녀시대’라는 이름이 마치 초월적 예쁨을 가진 하나의 가수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겁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이러한 것 때문에 등장하고 유행하는 단어가 바로 ‘여신’입니다. 여신은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소녀시대의 브랜드는 곧 여신의 이미지인 것입니다. (성숙하기 전에는 그래서 보통 요정의 과정을 거치죠) 이렇게 형성된 그룹 이미지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다음의 일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홍콩 출연료라고 정리된 어떤 포스트에 소녀시대 8인은 400만 홍콩달러 (약 4억 7천만 원), 소녀시대 윤아 120만 홍콩달러, 소녀시대 써니, 티파니 80만 홍콩 달러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 소녀시대 제시카는 15만 홍콩달러로 다른 멤버들의 1/5 이하라는 것입니다. 이제 제시카는 초월적 예쁨이라는 소녀시대 브랜드 이미지의 후광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시카가 소녀시대를 탈퇴하며 덜 예뻐졌거나 뭐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그 가치가 이렇게나 달라진 것입니다. 아이돌 그룹 가수는 1 + 1 = 3 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룹'이라는 프로토타입이 등장하고 현재까지 거의 절대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 과정인 Test 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완성한 프로토타입을 처음 목적했던 소비자 군에 선보이고 반응을 보고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입니다. 처음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 후, 이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미충족 니즈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었거나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구현이 훌륭히 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빠르게 수정하여 개선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아이돌 시장에서 이러한 목적으로 근래 가장 널리 하는 행위는 바로 '티저' 입니다. 티저 영상, 티저 음악, 티저 이미지 등 정식 컴백이나 데뷔를 하기 전에 맛보기로 선공개하는 것들인데요 이를 통해 형성되는 소비자들의 여론을 재빨리 파악해서 이를 보완하여 정식 오픈을 하는 겁니다. 정작 컴백을 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비판적이면 이미 컨셉대로 나온 상황에서 이를 바꿔서 활동을 지속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티저를 통해 반응을 보고 재빨리 이를 개선해서 더 완성도 높은 정식 오픈을 하는 거죠. 베타 테스트 랄까요. 마치 신제품이 나왔을 때 테스트 소비자를 모아 사전 조사를 하는 것처럼 대중을 대상으로 이러한 모의 테스트를 하는 겁니다.
요새는 이러한 경향이 더 적극적으로 발전하여 아예 데뷔 전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레드벨벳 등을 탄생시킨 'SM Rookies' 나, 트와이스 데뷔를 만든 '식스틴', 위너와 아이콘을 만든 'WIN-WHO IS NEXT' 와 '믹스앤매치' 등 그동안은 공개되지 않았던 아이돌 그룹의 데뷔 전 모습이 이제는 아예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공개되는 상황입니다. 프로토타입의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거치는 거죠. 제조와 서비스업에서 사용하는 전략을 이렇게나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러니 데뷔 후 성공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거죠.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훌륭한 '상품(上品)' 이 나오니 말입니다.
아이돌은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제조업에서 각광받는 Design Thinking 전략 방식으로 육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현대적인 전략으로써 이 때문에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한류 아이돌이 탄생했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제 이야기가 꿈보다 해몽일 수 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런게 아니야. 완전 운이랑 직관으로 돌아가서 예측이 안돼.' 라는 관계자의 말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즈니스 전략에 하나도 빠짐없이 적용되는 면이 있는 것은 분명 기획자의 번뜩이는 직관에 이런 요소들이 동물적으로 숨어있다는 것이겠죠. 분석을 하면 이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기에 한 번 정리 해 봤답니다.
이렇게 제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어떤 전략을 차용할 수 있을까요? 이미 제품 라인업 전략이나 제품 생애 주기를 바탕으로 한 빠른 신제품 출시 전략 등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녀시대, f(x), 레드벨벳으로 이어지는 걸그룹 라인업, 동방신기, 샤이니, EXO 로 이어지는 보이그룹 라인업, 그리고 그룹 가수이면서 이와는 약간 다른 컨셉을 가지는 슈퍼주니어 등 성별 및 나이대 별로 라인업을 갖췄습니다. 게다가 현재 가요의 생애주기가 짧은 것을 고려하여 전체 그룹 활동 사이사이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솔로 활동 - 태연, 윤아, 헨리, 종현, 규현, 엠버, 태민 및 유닛 그룹 활동 - 태티서, 슈퍼주니어 T, KRY, D&E 등을 통해 1년 내내 가요계 상위 차트에 SM엔터테인먼트가 사라지지 않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필드에서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한 미래지향적 기획 전략들도 차용이 가능할까요? 위에서도 언급한 허니버터칩 처럼 온라인 상의 타겟층 니즈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추출하여 어떤 형용사가 긍정적인 의미로 자주 등장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이를 2 X 2 매트릭스 등으로 그려 아직 비어있는 기회 영역을 찾아 그 미충족 니즈에 딱 맞는 그룹을 키워낸다든가, Lean start up 전략처럼,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을 여러 가능성 있는 그룹으로 임시 결성하여 딱 한 번씩 방송을 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보고 선택적으로 데뷔를 준비하거나, 제가 재직했었던 기업 창의 컨설팅 회사 크리베이트 등에서 활용하는 체계적인 아이디어 도출 방법론 등을 이용하여 사람의 머리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이를 구현한다든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아이디어 도출 방법론을 구경하시려면 클릭. 아이돌을 입력하고 진행해보세요.)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는 실로 놀랍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마이클 잭슨이니, 머라이어 캐리니, 뉴키즈온더블럭, 그 이후엔 백스트릿보이즈 등 외국 가수들에 대한 열광이 대단했습니다. 1992년 뉴키즈온더블럭의 서울 내한공연 때 관객들이 너무 밀려들어 압사 사고가 발생했던 사실은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외국 가수들이 있기는 하나 완전히 국내 가수들이 가요계를 접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류 열풍이 동남아, 일본, 중국 등을 너머 유럽과 미국까지 불고 있죠. 유튜브에 외국인들이 만든 한국 가수들의 뮤비 리액션 비디오나 kpop 분석 유튜브 채널 등의 범람이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데요, 이렇게 시장이 변하게 된 데에는 철저한 기획 전략을 사용하는 아이돌 육성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문화는 또 어떤 전략을 사용하여 성장하게 될까요. 지금의 3대 기획사 체제가 계속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전략을 활용한 새로운 기획사 강자가 나타나게 될까요. 지금 제 머리 속에도 여러 가지 전략이 떠오를 정돈데 말입니다. 그래서, 제조업 전략의 아이돌 육성의 한계와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만의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한 것을 적어 봤습니다. 이름하여, '제조업 전략 아이돌 육성의 한계와 미래 전략'. 내용이 궁금하시 다면 클릭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