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Apr 01. 2016

모두를 위한 와인 이야기 - 가격

와인의 가격과 레벨을 이렇게 이해해 봅시다.


저의 매우 큰 취미 중에 와인이 있습니다. 한 때는 거의 매일 1병씩 비울 정도였죠. 그만큼 다른 술로 대체할 수 없는 나름의 매력이 저에게는 느껴집니다.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와인이 가진 여러 방면의 매력을 모두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와인 책, 와인 글, 와인 영화, 와인 테이스팅 노트 등 와인에 관한 여러 설명들을 보면, 모두가 쉽게 와인을 접하기엔 다소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바디감과 탄닌, 아로마와 부케가 어떻고 블랙커런트의 향이 어떻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모두를 위한 안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죠. 전 와인 강좌나 교육을 통해 와인을 접하게 된 것이 아니라, 혼자 와인을 사 마시면서 스스로 하나하나 알아 간 스타일이라, 전문가분들이 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드릴 수도 없고요. :) 


<와인 향을 표현하기 위한 설명 표. 개암나무 열매향.. 물에 젖은 마분지 향...>


그래도 혼자 즐거워서 마트며 행사며 와인샵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서 마신 와인이 아마 500종 이상 (병 수가 아니라 종류 수로) 은 될 거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마셔봤다는 건 와인의 맛만 보는 테이스팅이 아니라, 병을 사서 혼자나 친구들과 병을 비우면서 느낀 것을 말하기 때문에, 맛을 보는 '테이스팅'이 아니라 진짜 와인을 마시며 '즐긴' 경험담을 공유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한 '어렵지 않은 와인 이야기'. 주로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들 중 훌륭했던 와인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묘사하는 글들이 될 것 같습니다. 아주 가뿐한 마음으로 '와인을 이렇게도 보는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첫 글로 와인에 관한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 - 와인 가격을 포함하여! - 을 몇 가지 드리려 합니다.




I  윈도우즈 XP의 바탕화면. 와인 포도밭이랍니다.

윈도우즈 XP를 써보신 분이라면 위의 기본 배경 이미지가 생각나실 겁니다. 여기 어디지? CG인가? 생각하셨던 분들도 계실 텐데 미국에 있는 와인 포도밭이랍니다. 규모가 엄청나죠. CG 없이 진짜로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I  와인은 '물 타지 않았다.'

와인은 양조 과정에서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술입니다. 오직 포도! 포도로만 만들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설탕도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 맛이 나는 와인은 원래 포도의 단 맛을 살려서 만드는 경우죠. 찰랑찰랑하는 와인의 수분은 전부 포도 자체의 수분에서 나옵니다.




I  와인 한 병은 소주 1.5병, 청하 2.5병의 알코올! 

와인 한 병은 보통 750ml 입니다. 그리고 도수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달지 않은 와인의 경우 평균 13도쯤 됩니다.(11~15도 정도) 청하 도수가 13도니 그쯤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13도에 750ml니까, 알코올이 750 X 13% = 97.5ml 들어가 있습니다. 대충 100ml 의 알코올인데요, 소주가 요새 18.5도쯤 하고 한 병에 360ml 니까 소주 한 병에는 360 X 18.5% = 67ml 의 알코올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와인 한 병은 약 소주 1.5병의 알코올인 셈이죠. 청하로 따지면 청하 한 병이 300ml 고 도수는 같으니 750ml 인 와인 한 병은 청하 2.5병에 달합니다. 은근 많죠? 홀짝홀짝하다가는 훅 갈 수 있습니다. 아, 달콤한 와인은 이보다 도수가 낮습니다. 5~10도 정도로요.




그럼 가장 궁금해하시는 와인의 가격과 급!


I  가격은, 1만 원대 / 3만 원대 / 5만 원대 / 7만 원대 등으로 생각하세요.

와인은 역시 가격이 만만찮죠. 그래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가격은 우리나라 대형 마트나 와인샵 기준인데요, 저는 1 / 3 / 5 / 7만 원 대, 그리고 그 이상으로 레벨을 나눕니다. 물론 할인 행사를 하지 않는 원래 판매가 기준입니다. '그 가격 대에는 다 비슷비슷해요' 라고 말씀하시는 와인 전문가나 애호가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마트에 가서 '와인 한 두 병 사볼까?' 하는 모두를 위한 기준임을 기억 해 주시고 읽어주세요~. 


<고가 와인의 가격은 끝도 없습니다. 네, 269만원 맞습니다.>



1만 원 대 와인은 와인 브랜드들이 '매일 마실 수 있게 대중적으로' 만든 와인으로 너무 파워풀하거나 복잡다단한 맛을 가지고 있지 않고 맛이 간결하고 깨끗하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성을 목적으로 만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충분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음식용 등 아주 저렴한 와인은 애초에 수입을 거의 안 한답니다.) 비유하자면, 맥도널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중적이고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맛이 없거나 하진 않죠? 누구나 수긍할 만한 맛이지만 딱 그 선인 거죠.


<1만원 대 와인은 맥도날드의 맛있는 대중적 느낌!>



3만 원대 와인은 자기 캐릭터가 나름 조금씩 있는 와인들입니다. '나 이런 와인이야~' 하는 개성적인 맛을 느낄 수 있죠. 이 가격 대에서는 프랑스 와인보다는 칠레나 호주, 미국 쪽 와인들이 더 개성이 느껴질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프랑스 와인이 주로 좀 더 비싸거든요) 그러면서도 넓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난하게 좋은 맛을 냅니다. 수제 햄버거집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까요. 나름대로 자기 개성을 가지고 맥도널드의 대중성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죠. 가격도 두 세배는 되고요. 


<3만원 대 와인은 자기 색깔이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수제 햄버거 정도?>



5만 원 대 와인으로 가면 이제 '올~ 괜찮다~' 하는 와인들이 등장합니다.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와인들도 나타나고요. 우리나라에 유독 인기가 많은 1865라는 와인이 4만 원 대 쯤 됩니다. (거의 5만 원 까지 올랐다가 한칠레 FTA 이후 가격이 좀 내려갔음. 환영!) 그러니까 쉽게 말해 1865보다 가격이 높고 급이 높다 평가되는 가격대인 거죠. 레스토랑으로 치면, 이탤리언이나 프렌치 코스가 가능한 파인 레스토랑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매일 가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접근이 가능하고 가면 풍부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유명한 1865. 4만원 대 중후반에서 3만원 대 까지도 갑니다>



7만 원 대 와인 이상이 되면 자기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와인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냥 만들어서는 7만 원 대 이상의 가격으로 못 가요. 그래서 이쯤 부터는 개성이 상당히 강합니다. 맛이 폭발적으로 강하거나, 우유처럼 부드럽거나, 입안에서 꽃이 피는 듯 화사하거나, 여러 가지 맛의 밸런스가 아주 좋거나 등등 각자의 성을 쌓은 와인들이 등장합니다. 레스토랑으로 치면, 나름대로 셰프의 특징이 드러나는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할까요. 각 셰프의 독창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가격이나 희소성의 가치가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먹기 어려운 독창적인 스타일이 느껴진달까요> 



10만 원 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이제 별들의 각축전입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와인이라고 할까요. 특별한 날에 맞춰서 드시면 좋겠네요. 긴 전통이 있거나, 유명 셰프가 운영하거나, 최소한의 손님을 받아 프라이빗 운영을 하거나 하는 등 레스토랑이 손님을 선택하는 특별함을 갖춘 급이라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10만 원 대, 20-30만 원 대, 50만 원 대, 100만 원 이상으로 또 나눌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모두를 위한 와인'의 컨셉 상 10만 원 대 이상은 하나로 묶어서 표현하겠습니다.


<독자적인 특별함이 있는 레스토랑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실제로 1~3만 원 대 와인을 가장 많이 사 먹습니다. 부담도 적은 데다, 1만 원 대에서 3만 원 대의 퀄리티를 찾거나, 3만 원 대에서 5만 원 대의 퀄리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앞으로 제 글도 보통 1~3만 원 대의 와인들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아, 만원 이하의 와인들도 있는데요, 그 와인들도 다룰 예정입니다.




I  우리나라 와인 값. 싸지 않아요. 할인을 충분히 활용합시다.

우리나라에 와인이 수입될 때 여러 가지 세금이 붙는데요, 수입이 되니 당연히 관세가 붙고, 주류니 주세가 붙고, 여기에 교육세가 주세의 10%로 붙고, 당연히 부가가치세도 붙습니다. 여기에 수입사 마진 와인샵의 마진, 와인 바의 마진 등까지 해서 우리나라 와인 값은 국제적으로 결코 싼 편은 아닙니다. 와인이 이렇게 할인 마트 등에 대량으로 깔리기 전 일종의 사치품처럼 인식되던 몇 년 전만 해도 가격이 지금보다 더 널을 뛰었어요. 샵마다 바마다 가격 차가 엄청났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시세'가 갖춰졌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와인은 할인을 잘 활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매우 강추합니다. 반값 이하로까지 나오거든요. 보통 크게 봄이 올 때, 가을이 올 때 한 번씩 큰 행사를 하는데 새로운 해의 와인이 입고되면서 창고 방출의 성격이 크다 하네요. 이 행사 때는 엄청나게 많은 와인이 좋은 가격에 쏟아져 나옵니다. 저는 이 행사 시기에 백화점과 마트를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사서 쟁여놓은 적도 있어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큰 행사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와인을 수입하거나, 판매처와 같은 기업에서 수입하는 와인 등의 경우 자주 프로모션 할인 행사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는 신세계 주류에서 수입한 와인의 가격이 좋고, 롯데 마트에서는 롯데 주류 등에서 수입한 와인을 잘 할인해 주죠. 아, 백화점과 할인 마트의 와인 가격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백화점이니 당연히 많이 비쌀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같거나 약간 더 비싼 정도입니다. 


<공덕 이마트. 규모가 작지 않죠>


가끔 수입사에서 균일가 행사로 마트에 1만 원, 3만 원, 5만 원 등으로 풀기도 하는데 균일가 행사는 보통 할인폭이 꽤 좋습니다. 어느 정도 큰 할인이다 생각하고 사셔도 무방합니다.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요새는 와인 샵도 다양화가 되어 아예 처음부터 할인가 정도로 와인을 저렴하게 파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나중에 천천히 설명드리려 합니다. 어쨌든 마트에 갔는데 할인을 하는 와인이 있다- 싶으면 먼저 눈여겨보세요. 의외로 자주 여러 품목을 할인하거든요. 그렇다고 할인하는 것만 사시지는 마시고 사고 싶은 것으로 선택하시고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