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친구에 대한 단상
요새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포스팅을 자주 하면서 여기저기서 연락도 받고, 페북 친구 신청도 많이 들어와 신기하고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페북 뉴스피드를 보면서 내가 보고 있는 이 피드가 내 뉴스피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북이 오프라인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의 장이던 예전에는, 뉴스피드를 보면 반가운 친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친구 일기장처럼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얼굴은 못 보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 하며 옛 친구들에 대한 생각을 한 번씩 하곤 했죠. 친구 중 누군가가 어떤 기사나 정보를 퍼와 공유하더라도 그것을 왜 퍼왔는지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느낌이 적혀 있었고, 그것에 대해 댓글과 답글로 소통하며 재미있는 교류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페친의 페친을 통해, 또 제가 올린 글 등을 보고 페북 친구를 신청한 분들을 통해 오프라인 친구가 아니었던 분들이 페북 친구가 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문득 오늘 나의 뉴스피드를 보고 있자니, 어떤 것이 광고이고 어떤 것이 내 '페친'의 피드인지 분간이 어려워졌음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삶과 스토리가 적힌 친구들의 생각이 아니라, 왜 공유했는지 알 수 없게 아무런 멘트가 없는 기사와 동영상 공유 피드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내 페친이 퍼온 것인지 누군가 페북에 돈을 내고 올린 기사인지 얼핏 보고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페북 피드가 슬럼화 되는 웹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대한 광고창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물론 페친이어도 팔로우를 안 하면 그 페친의 피드가 나에게 뜨지 않긴 하지만, 그럴 거면 '친구'라는 단어를 통해 왜 교류를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페북 친구는 매우 소중합니다. 연락이 닿기 어려운 옛 친구를 다시 만나고 친구의 친구와 교류하며 오히려 친구보다 더 친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페친이 되어 사적인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해지기도 하죠. 나의 생각에 공감해주고 댓글을 달아주며 공유도 해 줍니다. 하지만 페북의 자기 페이지가 '내 생각을 담은 나의 표현의 장' 인지 '다른 누군가에게 알리고자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글을 퍼다 놓은 곳' 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조금씩 보입니다. 저는 '웃겨서 퍼옴' 단 한 줄이라도 자기 생각을 적은 친구의 생각과 포스트가 기다려지고 그를 보며 소통하는 재미가 페이스북을 켜는 이유인데 말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더하자면,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아직 친분이 없는 분들끼리 페북 친구 신청을 하실 땐 메시지도 하나 같이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보고 연락드리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정도면 충분하겠죠. 친구 신청은 들어왔는데 정작 그분의 페이지에 가보면 전체 공개로 되어있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이 분은 누구신데 친구 신청을 하셨을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할 때 아무 말 없이 명함 한 장 주고 알아서 찾아보고 연락하세요 하지 않죠. '안녕하세요. 어디 어디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인사와 자기소개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페북 친구 신청을 받고 나서 열 중 아홉은 궁금한 마음에 제가 메시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페북 친추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는지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라고요. 정말 어떤 분인지 모르겠어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하게 말이 잘 통해서 긴 시간 메시지를 주고받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런 분을 만나면 참 반갑더라고요.
심지어 페북 친구 신청을 먼저 주시고는 제가 보낸 메시지에 답이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페친이 아닌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메시지 카테고리가 다르게 들어가기도 하고, 원래 페북 메시지는 안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합니다. 정말 친구가 되고 싶어 신청을 한 것인지, 실수로 친구 신청이 눌려진 것인지(실제로 몇 분이나 실수로 누른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아니면 별생각 없이 혹은 광고의 목적으로 친추를 하신 건지 알 수가 없어 수락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친구까지는 좀 어색한데 피드를 보고 싶다면 팔로우라는 기능을 활용하면 좋겠고요.
그래서 가끔 메시지와 함께 친구 신청을 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오~ 이런 분이시구나. 감사하게도 글을 읽고 연락을 주셨네', '아, 공동 친구 000이 좋아요 누른 내 포스트를 보고 연락 주셨구나. 신기하네. 000은 어떻게 아셨을까?' 등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답장을 드립니다.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는 건 항상 가슴 떨리는 재미있는 일이죠. 그런 분들과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얼굴이라도 한 번 뵙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제가 페북 스타일에 뒤쳐진 거라 이런 생각이 드는 건가요, 아니면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문득 오늘 유난히 광고글과 영혼 없는 공유 기사가 많았던 페북 뉴스피드를 보면서 '이게 김태훈의 뉴스피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의 생각과 삶이 담긴 포스팅을 보며 서로를 더 알고 싶고 친하고 싶어 질문을 던집니다.
페친님, 실례지만 누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