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투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
콘텐츠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10~20%의 수익을 기대하는 실물적이고 이성적인 산업이 아니라 수 배에서 수십 배의 수익이 가능한 감성 기반 산업이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큰 손 투자자들도 이를 눈여겨봅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들며 송중기 신드롬을 만들어 낸 '태양의 후예' 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혹시 이 드라마 제작사인 'NEW'의 중국 화처미디어 지분이 13.3%(535억 원)라는 사실이나, '프로듀사'와 'K팝스타'를 제작하는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가 중국기업인 것도 아시나요. 중국과의 합작투자는 중국에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여 우리 콘텐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에는 언제나 위험이 뒤따르기에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먼저, 이런 생각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 준 민족사관고 동기 핀테크 CEO들 - 김준범(http://olley.co.kr) 및 고훈(http://yinc.kr)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먼저 콘텐츠 산업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제품과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의 제품부터 영화관, DVD방, 노래방 등 많은 물질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사용할 프로그램, 드라마, 음악, 영화, 게임 등이 없다면? 최신 노트북을 켜고 지뢰찾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겠죠. 이렇게 제품과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들이 즐기고 실행할 것을 만드는 모든 것이 컨텐츠(내용물) 입니다. 그것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일련의 행위가 콘텐츠 산업이고요. 영화 제작사, 드라마 제작사, 가수 엔터테인먼트사부터 아프리카 BJ, 개인 유튜버, 앱 개발자도 모두 이 콘텐츠 산업 종사자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 산업이란 것이 참 재미있는 게, 보통 투자라 하면 주식, 은행, 채권 등 금융권 투자 (많은 분들이 하시는 펀딩 상품도 이 금융권 투자죠) 혹은 부동산 투자 등을 생각하는데요, 이 분야들은 꽤나 실물적이고 이성적인 계산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환율이 어떻고 나라와 기업의 경제 성장이 어떻고 부동산의 흐름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최대한 많은 이성적 판단에 의해 투자와 회수가 이루어지죠. 금융 공학(=핀테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 산업은 많은 부분 인간의 감성에 기댑니다. '사람 없는 한적한 풀밭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엎드려 보는 책 한 권의 만족감' 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누군가에게는 만원 정도, 너무나 바쁘게 사는 누군가에게는 십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겁니다. 즉, 저 한 순간을 위해 십만 원을 들일 마음이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은 표준 가격을 측정하기 어렵고, 때문에 잘만하면 매우 높은 투자 회수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가요 등이 대표적이죠.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 3조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고(출처-wiki), 같은 해 개봉한 '워낭소리'는 1~2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어들이며 투자 대비 수익이 190배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산업은 감성에 기대는 태생적 특성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실물 투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무언가 행위를 했을 때 발생하는 '부가'적인 '가치'가 많다는 의미) 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산업과 관련한 많은 산업들이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나 국내 시장의 빗장을 막 연 넷플릭스 등 콘텐츠 유통 산업과 앱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콘텐츠 시장 산업,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리카 TV로 대표되는 콘텐츠 생산 플랫폼 산업 등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이미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큰 기업과 큰 손 투자자들이 이에 손을 뻗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우리나라 주요 콘텐츠 산업사 중 하나인 CJ E&M 도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에 투자합니다. 자,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위세를 떨치다 보니 중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드라마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대히트한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 는 중국 자본이 13.3% 가 들어간 NEW라는 제작사에서 만든 드라마입니다. 김수현과 배용준이 속한 키이스트 사의 2대 주주가 중국 기업이고, 이영애의 복귀작 '신사임당'도 중국 투자 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수익을 내면 투자자에게 수익이 돌아갑니다. 어디서 그러더군요. 재주는 송중기가 넘고 돈은 누가 가져간다고.
이렇게 큰 자본의 투자를 받으면 콘텐츠의 퀄리티가 올라가고 종사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중국으로의 진출 용이성 면에서도 유리하고요. 광고 등 콘텐츠 주변 시장이 활성화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투자 스타일을 보았을 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다음 내용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인 개발자나 투자자도 많습니다. 그렇게 실제로 보고, 지인과 언론을 통해서 들은 중국 투자 스타일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본 부동산 개발 스타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국은 가격이 오를 것 같은 땅을 사서 개발해서 파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싼 땅을 엄청난 규모로 사들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자본력과 생산력을 활용하여 싼 값에 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현지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최대한 저렴한 비용에 일대를 모조리 개발합니다. 아예 작은 도시를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럼 그 일대 전체의 가격이 올라가고 아주 싼 값에 구매했던 땅은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단, 고급은 아닙니다. 저급에서 중급으로 올라가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 중급이 고급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주변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라는 점입니다. 넓은 일대를 개발해서 그런지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을 하다 보니, 주변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중국은 대규모 자본을 이용해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되려는 초기 상태를 전부 사들여 개발하고 수익을 내는 투자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중국 국가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땅이 크고 여유가 있다 보니 주변과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땅 '전체'의 개발에 더 관심이 있고 스케일이 전반적으로 큽니다. 주변 지인 및 언론을 통해 습득한 바로는 이러한 경향이 똑같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적용되는데요,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사 자체를 인수해버린다거나, 드라마의 유통권이 아니라 판권을 아예 사들여 그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전부 가져간다든지, 드라마 제작 시에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해서 사실상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을 가져간다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적당한 선에서 투자를 하다가 점점 지분을 늘려 경영권까지 가져갈 수 있죠. 그러다 보면 점점 재주는 한국 배우나 제작사가 넘고 돈은 중국 투자자가 가져가는 상황이 되고, 실제로 콘텐츠 산업에 눈을 떠가는 중국에서 이러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회라기보다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그럼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기서 부터는 순수한 제 의견이니 '나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엔터테인먼트 제작사에서 크라우드 펀딩 등 선진 금융 기법에 눈을 돌려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란, 많은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투자해서 목돈을 만드는 투자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10억이 필요한 사업이 있다고 하면 두 개의 금융권에서 5억 씩 투자받는 방식도 있지만, 1,000명의 사람들에게 1백만 원씩 투자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후자의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세계 금융계 흐름 상 앞으로 이런 개인 소액 투자가 활성화될 것은 상당히 자명하게 보입니다. 드라마 제작을 포함한 많은 산업에서 아직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고, 주로 금융권이나 투자사 등에서 대출 및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드라마 제작 시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장점들이 있어 적어봅니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먼저, 어쩌면 쉽게 제작비를 모을 수 있습니다. 큰 투자의 경우 앞으로 예상되는 수익과 현재의 경제 상황 등 온갖 것을 고려하여 투자 여부를 판단합니다. 큰 돈이 오고 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죠. 똑같이 10%의 손해라고 해도 100억을 투자하면 10억의 손해가 발생하고, 100만 원을 투자하면 10만 원의 손해밖에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작은 돈을 투자하면 이러한 경계가 다소 풀립니다. '그래, 뭐 10만 원 투자하는데 잘 되면 만원 버는 거고, 잘 안되면 저녁 한 끼 덜 먹었다 생각하면 되니까' 정도의 생각으로도 투자가 가능하죠. 게다가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드라마 등의 콘텐츠 산업은 감성 산업이라 개인 소액 투자에 감성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015년 엑소(EXO :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의 한 해 앨범 판매량이 172만 장입니다. 소녀팬들의 사랑과 열정을 담아 이 만큼의 매출을 기록했죠. '우리 오빠들을 위해서라면 내가 떡볶이 먹고 싶은 거 몇 번 참고 만오천 원을 쓰겠어'라는 생각에서 앨범을 삽니다.
만약 '태양의 후예' 이후 송중기 주연의 새 드라마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소액 투자 펀딩을 시작한다면? '우리 송중기 오빠를 위해 내가 10만 원 투자하는 것이 무슨 대수겠어. 게다가 드라마 잘되면 이익까지 해서 다시 받는 투자니 밑져야 본전 아닌가?' 혹은 '이번 송중기는 안 돼도 중박 이상 간다. 부담 없는데 50만 원 정도 투자해볼까' 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할 수도 있겠죠. 배우의 인지도와 미디어 장악력을 생각하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두 번째로, 투자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투자하면 아무래도 투자자 개인 스스로 드라마를 열심히 보게 되고 주변에 소개하겠죠. 제가 아는 지인 중에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서 레스토랑 체인 직영점을 낸 사람이 있습니다. '강남 어디에 이 레스토랑 체인점을 내려고 하는데 여러분들 투자하세요.' 라고 해서 투자에 성공했는데요, 투자를 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레스토랑에 한 번 더 가게 되고 주변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기왕 밥 먹는 거 그 레스토랑을 이용하게 되는 선순환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레스토랑이 잘 되면 본인의 투자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직접 투자자가 곧 직접 소비자가 되는 방식인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크라우드 펀딩은 B2C(=Business to Cunsumer : 대중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개인 직접 투자자가 바로 시청자가 되고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거점이 되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아, 드라마가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건 당연히 가정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거시적인 경제 입장에서 보면, 부의 분배가 원천적으로 가능한 모델입니다. 이는 크라우드 펀딩에 전반적으로 해당되는 말인데요, 그동안은 큰 자본이 아니면 어딘가에 투자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적은 금액은 은행 등에서 만든 금융 상품에 가입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밖에 투자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성장하면, 개인의 능력과 감에 따라 스스로 회사와 아이템을 골라서 직접 소액 분산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리스크는 높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제가 아는 치과 의사분 중에 치과를 본원 외에 하나 더 내려고 몇 억 원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적이 있는데 제 기억으로 3일 만에 펀딩이 완료되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부담 없는 소액 투자처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매우 기다려 왔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돈의 흐름이 이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주성이 증가한 부의 개인적 분배가 원천적으로 용이하게 되고, 이것이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된다면 국내 자본의 돌려쓰기가 아니라 국제 자본을 우리나라 개인들이 끌어올 수 있게 되는 거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사전 제작을 통해 퀄리티 상승과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진행이 가능합니다. 쪽대본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드라마 촬영 직전 급하게 작성한 대본으로 연기하고 바로 편집해서 방송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충분한 자본이 있다면 누군들 사전 제작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촬영하고 편집하기를 마다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럴만한 자본력이 부족하니 돈에 쪼들리고 시간에 쫓기는 촬영이 이어지게 되는데요, 크라우드 펀딩 등을 이용해 자본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일부라도 사전 제작을 통해 드라마 자체의 퀄리티를 올릴 수 있고, 이번 주 드라마 기사와 댓글들을 보고 다음 주 대본을 서둘러 바꾸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물론 시청자의 의견을 잘 경청해서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여러 의견들이 한꺼번에 반영되거나 지금까지의 흐름과 다른 엉뚱한 스토리로 진행되어 오히려 용두사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위 조절이 중요하죠.
#05
가수도 새 앨범을 들고 나올 때 티저 영상을 내보내고, 영화도 상영되기 전에 TV 광고를 하지만 드라마는 방영 이전 제대로 된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새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하던 기존 드라마 말미에 새 드라마에 대한 소개가 약간 되는 정도랄까요. 만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번에 이런 이런 주제로 누구누구가 나오는 몇 편짜리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는데 관심 있으면 투자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면 그 자체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자들에게 주인공의 의상이나 헤어 콘셉트 등 드라마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꽤 쏠쏠한 이슈를 만드는 관심 요소 등에 대해 사전 투표나 의견을 받아 이를 반영하는 등의 감성적인 혜택을 주면, 관심도도 높아지고 이슈거리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투자를 한 개인 개인이 드라마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댓글이나 언론을 통해 항의하며 시끄러워질 수도 있고, 드라마의 수익 구조가 영화처럼 '관객수=수입' 으로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금 운영 투명성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감성에 기댄 비즈니스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 큰 수익이 날 수도, 혹은 원금 보장이 전혀 안 되는 손해가 생길 수도 있죠.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진 캐스팅과 투자가 시점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라 주연을 캐스팅하고 펀딩을 시작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펀딩은 시작했는데 주연이라도 교체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 '싱크 코스트(sink cost = 이미 지출된 돈이니 어쩔 수 없지)' 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 많은 사람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 역설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소수의 큰 투자자들이 있으면 오히려 더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말씀드린 이 전략은 쉽지 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것이 감성을 사고파는 곳이라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그 감성을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감성이 발달해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 감성을 통해 캐치하는 직관으로 회사 운영을 하는 경우도 많아 보이고요. 하지만 제가 여기서 말씀드린 크라우드 펀딩이니 하는 것들은 꽤나 최신의 금융 기술을 활용하는,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크라우드 펀딩 시 발생하는 문제나 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을 1원 단위로 계산해서 처리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이성적으로 예측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감성의 영역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치밀한 이성적 사고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요새 한국의 가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서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타고난 감각으로 가수를 육성하고 활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철저한 계획과 수많은 비즈니스 전략을 차용한 독자적 방법을 통해 거의 망할 수 없는 가수를 육성해 내고 실제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감성의 영역이지만 이성적 전략과 판단이 같이 결합하여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영화는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적이 이미 있습니다.'또 하나의 약속',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가 그 예인데요,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와 방법적인 면에서 차이는 다소 있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단, 영화와 드라마라는 차이점을 인식하고 접근해야겠죠. 저는 소비자의 친숙도나 접근 용이성 등을 생각했을 때 소액 투자에는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분석과 전략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송중기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제작의 크라우드 펀딩까지 긴 글을 달려왔습니다. 이성적인 분야일수록 감성을 홀대하기 쉽고, 감성적인 분야일수록 이성적인 접근을 꺼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갈등이 아니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이에 적합한 민족도 드뭅니다. 이성적 능력인 IQ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면서(IQ 평균 세계 2위) 온 세계를 한류 열풍으로 몰아넣는 감성적인 나라거든요. 이것은 중국도 못하고 미국도 못하는 성격의 것입니다. 감성과 이성의 이 두 능력이 결합되면 완전히 독보적인 레벨이 탄생합니다. 저는 그 예를 '김연아' 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중에 이는 다시 다루려 합니다.
중국의 거대 자본과 전체 구매식 투자 스타일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독창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콘텐츠 제작 산업이 조금씩 잠식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합작 투자로 인해 국내 시장보다 훨씬 큰 중국시장에 쉽게 뻗어나갈 수 있는 장점(실제로 이번 태양의 후예도 그랬고요)이 있고, 그 덕에 훨씬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기회는 냉철하게 보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외국의 자본을 마다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 투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사실상 한국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작사가 중국 기업이 되는 일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한 번 재고해보아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또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과 엔터테인먼트계의 융합도 생각해보면 미래를 먼저 앞서나갈 수 있고요. 저는 우리나라의 독보적 경쟁력 중 하나로 이성과 감성의 결합 영역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연기자, 작가, 스탭, 무대 디자이너, 의상, 메이컵 등 뛰어난 실력과 기술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 내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콘텐츠 산업. 그 실력의 대가는 그것을 만들고 발휘하고 즐긴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드라마 제작에 국내외적인 크라우드 펀딩 등 선진 금융 기술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제작사가 등장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P.S :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 준 민족사관고 동기 핀테크 사업가 친구들 - 김준범(http://olley.co.kr 올리 CEO) 및 고훈(http://yinc.kr 인크 CEO)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