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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pr 18. 2016

공부의 때는 따로 있는 건가요?

아이와 어른의 지식 습득 방식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왜 혈기왕성한 10대 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공부할 수 있고, TV 보면 어른 되고 나서 대학 가고, 검정고시 보는 분들도 많은데 왜 꼭 좋은 어린 시절에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직접 해보시거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30대 중반인 제가 민사고, 서울대 학석사 등을 거치며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공부를 해온 것을 돌이켜보면, 공부는 어렸을 때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 아이 같은 습득 방식을 활용하면 어른도 얼마든지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는지에 대한 쉬운 분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연 공부에 때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공부는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사람은 일평생 많은 지식을 습득하며 살아갑니다. 아기 때는 주변에 있는 신기한 모든 것들에서 많은 것을 습득하고, 학창 시절이 되면 책이나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죠. 어른이 되어서도 아침에 받아보는 신문부터 지금 읽고 계시는 인터넷 포스트 등으로 우리는 계속 많은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성인이 되어 지식을 습득하는 사고 과정이 어렸을 때랑은 꽤나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그런 신체적 변화에 의한 것과 별개로 성인이 된 나의 지식 습득 관점 자체가 변했으며, 공부는 어렸을 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I  사람의 새로운 지식 습득 과정

사람은 많은 것들을 눈과 귀를 비롯한 오감을 통해 습득합니다. 처음 보는 것을 접했을 때 우리의 머리 속에는 어떤 사고 과정이 일어날까요? 아마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떠오를 겁니다.


'이게 대체 뭐지?'
'내가 알던 비슷한 것들을 통해 유추해보자.'
'어디에 쓰기 위한 것일까?'
'어떤 카테고리로 이해해야 하지?'


예를 들어, 우리가 이런 제품을 보았다고 가정합시다.

지나가다가 이런 제품을 보았다면?


가장 먼저 '이게 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기심이 동하고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지면 색상, 형태, 재질, 크기 등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수제로 만든 파란색 가죽으로 된 말려있는 무언가라고 관찰하고 나서는, '내가 알던 비슷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를 떠올리며 여러 방면으로 유추와 대입을 해 봅니다. '도장 케이스가 이렇게 생겼었고, 김밥 말이가 이렇게 둘둘 말려져 있고, 재질이나 크기는 장지갑과 비슷하고... 아마 저 안에 무언가를 넣어서 보관하기 위한 것이겠거니'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럼 어디에 쓰는 걸까? 안에 뭘 넣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며 펼쳐보았습니다.


안을 열어보았더니 이런 모습이네요.


펼쳐보니 '한 15cm쯤 되는 무언가를 넣을 수 있겠다. 넓은 곳에는 메모도 들어갈 것 같고, 좁은 곳에는 펜 등을 넣으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이어집니다. 그럼 '이것을 어떤 분야로 카테고리 화해서 기억할까?' 라고 생각하며 이것을 '필통'이라고 스스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 하부 카테고리로 '두루마리 방식의 필통'이라고 규정하고 이해를 마칩니다.




I  무형의 지식과 개념에도 적용되는 습득 과정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사고 과정을 간단하게 필통이라는 물질에 대입해봤는데요, 이러한 과정은 개념이나 지식 습득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다가 '순수주의(Purism)' 라는 말을 보았다고 가정합시다. 가장 먼저 '대체 이 처음 보는 단어는 뭐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하죠. '20세기 초에 발생한 입체주의를 계승하는 사조로써, 필요 없는 장식과 과장을 배격한 조형미를 주장하며 기능성을 최대한 살리는 경향을 가진 운동'이다. 정도로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가 알던 지식들을 동원하고 적용해서 이것을 한 번 이해해볼까?' 라고 생각하며, '순수'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지금까지 봤었던 20세기 초의 그림, 정의에서 언급된 입체파의 개념 등등 가지고 있었던 지식들을 떠올리며 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 봅니다. 두리뭉실하게나마 이해가 된다 싶으면 '어디에 적용되는 것일까?' 라고 활용을 생각해 봅니다. 위에서 제품을 보며 '펜과 메모'라고 떠올렸던 것처럼 '순수주의가 적용된 현상들은 무엇이 있을까?' 를 생각하며 순수주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개념을 대입해 봅니다. 그러면서 두리뭉숭하게 이해했던 의미를 명확하게 합니다.


순수주의를 주장한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장식을 배격하고 기본 도형들의 조합으로 조형미를 추구했죠. 순수주의의 의미가 조금 명확해지시나요?


위 작품 등을 보며, '아, 장식을 없애고 기본 도형과 입체에 의한 조형미를 저렇게 살린다는 말이구나. 이런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장식보다 기능에 충실하게 되겠군' 등의 방식으로 의미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를 뇌에 정리해 넣는 과정을 거칩니다. '(뇌 속의)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서 이해해야 하지?' 라고 생각하고는, 근대 사조 카테고리의 입체주의 뒷 칸에 잘 넣어둘 겁니다. 나중에 비슷한 무언가를 보거나 순수주의가 필요한 때에 이 카테고리에서 지식을 찾아 꺼내 쓰겠죠.




I  아이와 어른의 지식 습득 과정 차이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무언가를 습득할 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접하고 이해하고 분류하고 저장합니다. 자, 여기서 오늘의 주제가 나오는데요, 방금 보셨던 지식 습득의 과정에서 '이해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지만 제대로 된 이해를 방해하는 과정' 이 나옵니다. 바로 '내가 알던 비슷한 것이 무엇이 있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의 과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과정의 유무 때문에 지식 습득은 어릴 때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볼까요?


아이와 어른의 지식 습득 사고 과정은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I  아이의 지식 습득 방법

내 머리 속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마치 아기처럼 말이죠. 그러다가 사과를 처음 접했습니다. 눈이 동그래지죠. 이게 뭐지? 매끈매끈하고 달달한 냄새가 나고 색은 묘하게 불그죽죽하면서 푸르스름하고. 뜨겁거나 물컹하지는 않은지 손으로 툭툭 쳐도 보고 바닥에 던져도 보고 소리가 나나 흔들어도 보면서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할 겁니다.


아기들은 탐구를 위해 그렇게나 뭘 입으로 가져가죠


그러다가 입에 넣어 보고 새콤 달콤한 맛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겠죠. 그렇게 몇 번을 탐구하고 접하면 '아, 이건 먹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며 사과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게 됩니다. 다른 생각 없이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있죠.




I  어른의 지식 습득 방법

그럼 반대로 내 머리 속에 지금 같이 많은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사과를 처음 봤다 가정해볼까요? 쉽게, 열대지방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과를 처음 봤다고 상상해봅시다. 일단 배랑 비슷하게 생기고 크기는 조금 작은 걸 보아하니 아마 '과일' 이겠거니 생각합니다. 만져보니 망고보다 단단합니다. 아마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할 텐데 손으로 벗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감 정도 되는 맛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껍질 벗겨 먹어보니 감보다는 시고 파인애플 보다는 답니다. 대충 감과 파인애플 사이 정도 되는 맛이고 배랑 비슷하게 생겼으니 같은 단단한 과일 카테고리로 생각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습득을 완료합니다.


처음보는 과일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인지 과정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매우 다르죠. 전자는 사과라고 하는 것을 순수한 관점에서 두리뭉실하게 시작하여 다양한 탐구를 통해 명확화 하며 개념을 잡은 쪽이고, 후자는 풍부한 지식을 활용하여 기존 카테고리(배, 감, 망고, 파인애플 등)에 사과를 대입해 넣어가며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설명을 위해 극단적으로 사고방식을 달리하여 예를 들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전자는 아기가 무언가를 습득하는 과정이라면 후자는 어른이 무언가를 습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어릴수록 전자의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나이가 들 수록 가지고 있는 지식이 많아지며 후자의 방법대로 사고하는 경향이 커지죠.




I  어른의 지식 습득 방식의 함정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아기처럼 습득하는 방법은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개념 확립을 하기 때문에 공고하고 독창적인 습득이 가능하고, 머리 속에 없던 것이 새로 습득되어 지식 범위의 확장이 용이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개념 확립을 위해 많은 탐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습득 속도가 느릴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기는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습득합니다


어른의 습득 방식은, 기존에 자기 머리 속에 정립된 지식 구조에 새 개념을 대입하며 집어넣으면 되는 방식이라 습득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릅니다만, 기존 지식의 수준과 범주에 기댄 이해 방식 때문에 확장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 사고방식 안에서만 생각하고 습득하는 고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글 초반에, 공부를 하려면 어릴 때 하는 것이 더 유리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성인들의 이 사고 과정이 훌륭한 지식 습득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와 닿는 예를 통해 설명드려보겠습니다.



#01

고집스러운 회사 상사 이야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김대리, 니가 몰라서 그래. 이건 이렇게 저렇게 되니까 이렇게 해야 돼'라고 말하는 상사를 접해보신 적이 있나요. 드라마 '미생'에도 그런 사고방식의 인물이 나오죠. (물론 이것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후임이 무슨 말이나 의견을 말하면 '내 생각에 그렇지 않다. 니가 몰라서 그러는 거다' 라며 쳐내는 상사. 위에서 말씀드린 후자의 지식 습득 방식의 문제점 첫 번째가 바로 내 생각만 맞다는 '고집' 입니다.


가치판단을 떠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는 캐릭터. 미생의 최전무.


사람은 세월이 지나며 습득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습득하면서 단단하게 그 사고 구조가 잡히기 일쑤입니다. 그러다가 내가 이해하는 범위의 사고 구조가 아닌 새로운 것을 접하면 '그건 내 생각에 틀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내가 아는 한 그건 (세상에 없는) 이상한 것이야' 라고 생각해버립니다. 내 사고의 틀 안에 대입해보고 맞는 구석이 없으면 쳐내는 것이죠. 이 고집이 생기는 순간, 지식의 습득은 정지됩니다. 지식의 습득이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늘려' 가야 하는 것인데 늘릴 생각은 없이 자기의 틀 안에 맞춰 넣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쳐내게 되고 점점 밑천이 부족하게 됩니다.



#02

왜 나는 창의적인 생각이 안나는 걸까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방식은 또한 자칫 창의력 부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두루마리 필통을 물론 필통 카테고리에 넣어도 되지만 사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화된 내 머리 속에 '필통' 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생각이 필통 밖으로 나오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창의력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있죠? 'Why not?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라는 말인데요, 필통에 꼭 펜을 넣어야 돼? 시계 넣으면 안 돼? 핸드폰 넣으면 안 돼? 지갑으로 쓰면 안 돼? Why not? 처럼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통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Why not? 그러면 왜 안 되는데? 왜 안되냐면, 자기가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이미 머리 속에 규정을 해 놨기 때문입니다


아기처럼 위 제품을 순수하게 이해한 입장에서는 머리 속에 '필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기 때문에,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 파란색 가죽 케이스' 정도로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지갑으로 썼다가, 팔 부목으로 썼다가, 장식품으로 쓰는 등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I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렇게 두 가지 관점에서 '내가 가진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이에 대입하여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의 맹점을 정리해봤는데요, 한 마디로, 새로운 지식을 자꾸 내 기준으로 파악하다 보면 내 지식 범위가 넓어지지 못하고 자칫 외골수로 빠지며 자기 생각에 대한 고집이 생겨 남의 말을 안 듣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점점 더 새로운 습득을 거부하게 되고, 습득은 커녕 자기 기준대로 판단만 하게 됩니다. '내 생각엔 그거 아닌 거 같은데?' 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의 주요 싸인입니다. 이러다 보면 공부가 어려워지고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기 쉽습니다. 지금 방금 이 내용을 보고 주변 누군가가 생각나거나 아니면 혹시 '어이구 내가 저런 소리 많이 하는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시지는 않았는지요. 그럼 이미 나이가 들어 아기처럼 습득할 수 없는데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그 방법을 알려드리죠.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한 번 재고 해 봅시다




I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의 순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간단히 위에서 언급한 '아이 같은 습득 방식'을 병행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사실 손바닥 뒤집기 같은 것이라 한 번만 방법을 알고 나면 참 쉽고 재미있는 사고방식입니다.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건 참 자극적이고 즐거운 일일 수 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글이나 기사 등을 보면서 '이게 뭐야, 이러면 되겠어?' '이 사람들 이거 참 문제 있네'라고 생각하기 일쑤죠. 거의 무의식 중에 이런 가치 판단이 일어납니다. 위와 같이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에 대한 생각이 들 때, 한 번 '이 내용이 바람직하다고 가정하고 있는 그대로 읽어볼까?' 라고 생각하고 다시 읽어보세요. 동영상이든 뭐든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스스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면, 그 순간 한 번 다시 생각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아, 이 저자가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이런 주장을 했구나. 내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해 봤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해봤네.' 라는 생각이 바로바로 아이 같은 습득 방식을 사용한 겁니다. 내 사고 체계와 구조 바깥의 생각을 한 것이죠. 한 마디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객관화하여 이해하려고 하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사고를 습득하고 내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I  나이가 어리면 지식 습득과 확장에 유리

재미있는 점은, 어른은 이런 사고를 연습해야 하지만, 나이가 어리면 이것이 훨씬 쉽고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아직 머리 속에 지식이 많지 않고 이 지식들이 체계화, 구조화가 덜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면 순수하게 스펀지처럼 쫙쫙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가끔 어린아이가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면 정말 놀라운 속도로 그것을 습득하고 창의적으로 활용까지 해버리는 경우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제 경험으로 10대까지는 지식의 체계화가 덜되어 '내 관점'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습니다. 20대 까지도 개인차는 있지만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공자도 그래서 서른을 '이립(而立)'의 시기라 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립이란 '나만의 관점, 나만의 인생관을 비로소 세웠다' 라는 의미인데, 그래서 자신의 관점이 세워지기 전 뭐든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어린 나이에 공부하는 것이 지식의 습득과 확장 면에서 나이 든 후보다 유리한 것입니다. 습득의 방법 자체가 성인과 다르니까요.


각 나이 대 별로 공자가 내 준 과제랄까요


게다가 어릴 때 공부를 많이 한 아이들은 많은 지식과 함께 사고방식과 체계의 풍부함을 갖추기 쉽고, 다양한 경험과 놀이 등으로 그 확장성까지 익힌 아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어떤 현상 하나를 보더라도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똑같은 24시간을 살지만 몇 배로 효율적인 습득을 지속하며 살게 되는 거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라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I  성인도 충분히 가능한 순수한 지식 습득과 공부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덧 붙이자면, 저는 이런 사고를 저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님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생각합니다. 저의 대학원 담당 교수님께서는 현재 60대신데 여전히 '요새 너무 바빠서 시간 좀 나면 책 좀 많이 읽고 싶다' 고 말씀하십니다. 세미나를 하다 보면 '내가 40대 때 쓴 글을 보면 틀린 게 많아. 세상도 바뀌고 지금 내 생각도 바뀌고 하는 거지.'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교수님이시니 물론 지식 습득 능력의 최고봉인 직업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지식에 대해 이렇게 순수하게 접근하고 계심이 놀라웠죠.


존경할만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죠


혹 일부 분들께서는 학생들에게 '내 말이 맞으니 토 좀 달지 말고 가르치는 대로 배울 생각이나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반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개념을 정리하며, 이를 창의적으로 대입 및 활용해 수십 년을 공부하신 교수님들은 '저 말씀 한 문장이 얼마나 깊은 생각이 바탕이 된 건지 가늠도 안 되는' 수준의 강의를 막힘없이 술술 하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공부에 대한 접근 자세와 사고방식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우고 따라 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I  정리하며...

긴 글 달려왔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고 체계가 단단해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공부가 지식 습득과 사고방식 확장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단, 성인도 자기 관념과 기준을 경계하고 아이 같은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면 충분히 언제든 공부를 할 수 있고 남다른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시 나이가 적을 때 공부를 하는 것이 시기 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왜 꼭 지금 공부해야 돼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셨는지요. 또 '이제 나이 들어 공부한다고 과연 될까' 라는 고민에 대한 답도 같이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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